보상가 갈등 시한폭탄

▲ 인천 동구 송림동 뉴스테이 재개발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관일인 27일 정문 앞에 입장 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걸려 있다. 현재 재개발 구역 내 일부 주민들은 "낮은 자산평가를 받았다"며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살고 있던 집을 헐고 아파트를 지으면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게 상식입니다. 뉴스테이는 주민을 내쫓고 사업자만 배불리고 있습니다."

인천 송림초등학교 주변 주민 150여명이 27일 오후 동구 금곡동 뉴스테이 모델하우스 개관식에 몰려왔다.
이들은 최근 건물·토지에 매겨진 자산 평가 소식을 접했다. 평가액은 3.3㎡당 405만원 수준. 주민들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됐다. 아파트 분양가와 차액도 너무 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개관식은 결국 취소됐다.

송림초교 주변 구역 문제는 부평구 십정2구역과 판박이다. 십정2구역은 전국 최초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와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접목된 곳이다. 지난해 8월 건물·토지 평가액이 공개되고 주민 반발에 맞닥뜨린 십정2구역은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스테이 민간 사업자들의 먹잇감이 된 인천 원도심 지역이 '헐값 보상'으로 들끓고 있다. 인천에서만 10개 구역의 뉴스테이 정비사업이 예고돼 있다. 뉴스테이가 추진되는 곳곳에서 보상가를 둘러싼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관련기사 3면>

재개발·주거환경개선 등 정비사업과 연계된 뉴스테이는 2015년 인천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청천2 재개발 구역과 십정2 주거환경개선 구역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골랐다. 재개발·주거환경개선 사업이 길게는 10년 넘게 지체되자 뉴스테이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뉴스테이 정비사업은 원주민에게 주어지는 특별 분양분을 뺀 나머지를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파는 구조다. 정비사업이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미분양 우려였다. 뉴스테이 정비사업은 일반 분양분을 통으로 넘겨 뉴스테이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인천은 뉴스테이에 관한 한 전국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도시다. 2015년 9월 남구 도화지구는 '1호 뉴스테이'로 착공됐다. 뉴스테이 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선정된 전국 26개 구역 가운데 10곳이 인천에 몰렸다.

헐값 보상 논란에 마주한 송림초 구역은 뉴스테이 정비사업의 앞날을 내다보는 가늠자가 된다. 아직 정비사업과 연계한 뉴스테이가 검증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송림초 구역에 지어질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730만~760만원으로 예상된다. 자산 평가액과 많게는 355만원이 차이가 난다. 원주민 특별 분양분은 전용면적 59㎡로 공급된다. 원주민이 같은 면적의 아파트로 들어가려면 살던 집을 내주고도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보태야 한다.

원도심에 자리한 나머지 구역들도 비슷한 수준에서 자산 평가액과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헐값 보상이 주민 반발로 이어질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자산 평가액과 아파트 분양가 차이는 정비사업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며 "십정2·송림초 구역의 진행 양상이 다른 구역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회진·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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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 1번지의 그늘] 인천 뉴스테이 10곳 … 보상가 여전한 난제 2015년부터 선보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중산층 주거 정책이다. 민간을 끌어들여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대신 세제 등의 혜택을 준 것이다. 정부는 뉴스테이에 최대 8년 동안 살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은 연 5%로 제한하도록 했다. "뉴스테이 사업 부지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재개발·재건축 부지도 적극 활용하겠다." 박 대통령은 2015년 9월17일 인천시 남구 도화지구에서 열린 '1호 뉴스테이 착공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는 뉴스테이와 주거정비사업을 연계할 시범 지구로 인천 청천2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