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문화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기반시설의 숫자는 전국 6개 광역시 중 가장 많았으나, 이를 인구대비로 나눠 보면 하위권이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발표한 '2016 전국 문화기반시설 실태조사'결과에서다. 이에 따르면 인천에 있는 문화기반시설은 모두 97곳으로 6개 광역시 가운데 으뜸이었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부산을 10개나 앞지른 수치다. 공공도서관(46곳)과 박물관(30곳)은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인구 100만명당 시설 수로 보면 순위는 축 처진다. 이 기준으로 인천은 33.15곳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에서 세 번째다. 전국 평균은 50.36곳으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부산, 대구 만이 인천 뒤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은 고작 1.37곳에 불과해 사정이 가장 열악한 형편이다. 물론 문화 관련 시설의 숫자 만으로 그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전적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 토대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도서관과 박물관, 전시관(갤러리), 음악관, 미술관 등이 주민들의 정신적 소양과 시간적 여유를 풍성하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시기를 지나면 사람들은 누구나 여유를 즐기고 싶게 마련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바로 '문화'와 관련된 시설이 대부분일게다. 같은 수도권이면서 '볼 만한' 전시나 공연을 찾아 인근 서울이나 경기도로 가는 인천시민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들 시설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는 없다. 운영 또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점들도 분명히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천에 가서 재미본 적 없다'는 것이 문화계에 널리 퍼진 말이었다. 그만큼 인천의 문화적 토양이 척박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은 다르다. 시민들의 문화적 수준이나 욕구는 여느 곳 못지 않다. 시는 이러한 점을 파악해 토양구축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도로를 개설하거나 건축물을 짓듯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다. 10년, 아니 그 후를 내다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도시의 품격을 좌우하는 최고의 잣대는 경제도, 정치도 아닌 바로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