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필가

건강사회 개념을 일의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학자들의 견해도 다양하다. 어느 학자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상식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해석한다. 물론 건강사회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한 나라가 건강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도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사실상 건강사회 개념은 추상적이고 복잡다기하다. 하지만 누구나가 공정한 경쟁 속에서 자유와 풍요를 누리며, 범죄로부터 피해당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키우면서 사는 정의로운 세상이 건강사회가 아닐까. 이 정도면 건강사회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건강사회를 형성하는 데는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과 실천이 필요할 뿐 만 아니라, 자기희생도 감내하지 않으면 '그림 속 떡'이다. 누구든 해외여행 시, 명승고적이 주된 구경거리지만 또 다른 관심거리는 그 나라의 발전상, 공무원의 친절성, 청결수준, 풍습 등을 함께 보게 된다. 만일 아무데나 껌과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남몰래 쓰레기를 투기하며, 또 버스정류장서 줄서기가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 왠지 시민의식이 부족한 점을 느끼는 순간, 건강사회의 이미지가 곧 사라지게 된다. 사실상 건강사회의 지킴이는 깨어있는 성숙한 국민의 몫이다. 인간의 정신적 성장(성숙)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반드시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 우리사회는 마음이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을 철부지라고 지칭한다. 철부지란 사전적 의미는 첫째 '사리를 분별할 만한 힘이 없는 어린아이'. 둘째 '사리분별과 지각이 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예컨대 어린동생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슬퍼하지 않고 해맑게 웃고, 장난치는 행동은 철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성인이지만 제멋대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꾸짖거나 비난할 때, 철부지란 말을 쓴다. 이렇듯 우리 주변서 정신적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타인한테 야유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론 지탄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가타다 다마미'는 일본 성인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성장거부' 현상을 '철부지사회'로 진단했다. 그 증상으로 '참을성과 저항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모든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고,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며, '정신적으로 조금만 힘들면, 쉽게 약에 의지한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일본사회의 대표적인 성장거부 증상들로 꼽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증상과 현상이 한국사회에도 일본사회 못지않게 번져있다. 되레 우리사회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에게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거짓말과 자기기만'이다. 이 점이 건강사회를 더더욱 병들게 한다.

앞서 지적한 문제들이 요즘 많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학교서 교사한테 꾸중을 들었다는 이유로 학교에 가기 싫다는 학생, 업무 실수나 상사와의 사소한 갈등을 이유로 회사에 가기를 기피하는 직장인, 결혼 뒤 1~2년 살다가 성격차이로 이혼한 부부, 또한 나만 소외되고 불행하다는 피해의식, 패배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부부 간에 언쟁 끝에 아내의 생명을 박탈시키는 끔찍한 살인사건,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살해하는 '묻지마 범죄' 등은 건강사회의 암 덩어리다. 가타다 다마미 정신과 의사가 일본사회서 발견 못한 거짓말이 우리사회서 병리현상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실례로 보험, 부동산, 계, 다단계, 나이론환자, 보이 스피싱, 투자사기 등 일련의 범죄는 다 거짓말로 상대방을 기망해 금품을 사취한 범죄다. 아마 각종범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 폐해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거에는 무지와 가난이 뒤섞인 저변층서 거짓말이 횡행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정치인 사회 지도층서 의외로 많다. 최순실 딸 정유라 부정입학사건 관련해 120년 역사를 가진 대학 총장이 국회청문회에 참석해, 새빨간 거짓말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술술 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존경과 신뢰받게 됨으로써, 건강사회는 더욱 견고해 진다.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전으로 인해 넉넉한 풍요에도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건강사회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리핀 대통령인 두테르테가 마약사범들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건강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어느 사회든 부패, 타락, 태만, 비효율 등이 얼마쯤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비건강성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은 정부와 국민의 책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