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이라크, 이란 등 7개 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인권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국가정체성으로 보아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시애틀 연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를 비롯해 여러 법관들이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고 무력화시켰다는 사실이다.
현직 대통령의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이 청와대 문 앞에서 무력하게 돌아서야 하는 나라,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천하의 몹쓸 짓도 "하면 된다"가 익숙한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선 대통령의 잘못된 명령을 중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A.토크빌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미합중국 사법조직이 지닌 가장 큰 특색으로 법관들에게 부여된 엄청난 정치권력을 손꼽는다.
일반적으로 사법 권력이 지닌 첫 번째 임무는 중재의 역할이고 법원이 현실문제에 개입하기 위해선 먼저 소송이 제기돼야 하지만, 미국은 법관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으로 판단해 위헌적(違憲的)인 법률은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법관들이 현실 문제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은 '법률'보다 '헌법'에 기초해 판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판사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법률이 합중국 법원에 제소될 때, 그는 언제라도 이 법률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중지시키며 워싱턴 주 법무장관 밥 퍼거슨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오늘 헌법이 승리했다.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 심지어 대통령일지라도."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허용돼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황해문화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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