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동 '백금당' 운영 문희웅씨 … 아버지 대이어 45년째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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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 째깍."

2017년 새해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일분일초 모두가 소중하고 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기에 의미가 크다. 이렇듯 중요한 시간이 멈춰섰을 때 생명을 불어넣는 이가 있다. 45년 경력의 시계수리공 문희웅(64·사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평생 시계를 고친 선친을 보고 자연스레 기술을 배운 그는 19세부터 본격 시계를 만지기 시작했다. 31세에 신포동으로 건너와 지금은 '백금당'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백이면 백'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었죠. 지금도 시계는 필수 아이템이지만 과거만큼은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과거 수 십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시계의 가치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시계를 찬 사람 역시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점점 시계는 흔해졌고 휴대폰이 그 기능을 대신하면서 가치가 떨어졌다. 자연스레 시계수리공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는 "그래도 시계는 꾸준한 패션 아이템이라 시계꾼들이 연명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인천에도 수리공이 몇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업에 긍지를 가지고 이 길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의 손을 거친 시계만 해도 수십만 개에 이른다. 괘종시계부터 크고 작은 벽시계, 손목시계까지. 그는 "안 고친 시계는 있어도 못 고친 시계는 없다"고 자부했다.

'깔끔, 간단, 빨리'. 백 씨의 변치 않는 시계 수리 철학이다. 이제 '베테랑'이라 불릴 만큼 수준급 실력의 수리공이지만 시계를 뜯을 때의 그는 아직도 매순간 '첫 환자'를 대하듯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한다.

"정성을 다 쏟는 것, 집중을 다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책상에 앉아 수리를 시작하면 아무리 시끄러워도 내 귀에는 안 들어와요."

시계 하나에 들어가는 부속품만 시침, 분침, 초침 등 100여개.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시계 바늘은 비로소 다시 움직인다. 그는 "수리 작업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깨알 같은 부품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정교한 퍼즐 맞추기와 같다"고 말했다.

문 씨는 자신의 기술로 고장난 시계가 움직이고, 이를 보고 손님이 기뻐할 때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특히 다른 곳에서 못 고친다고 한 것을 고쳐주셨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수리공으로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반평생 넘게 시계와 동고동락한 문희웅 '시계장인'의 손끝에서 오늘도 수많은 시계들이 생명을 되찾아가고 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