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동서 15년째 철학관 운영 이시윤씨 … 철학박사 학위 취득
"저 올해는 취업할 수 있겠죠?", "우리 아들 꼭 명문대 가야해요. 좀 도와주세요."

새해가 되면 자신의 삶이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철학관 문을 두드린다. 현명하게 한 해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다.

만수동에서 15년 째 '고명역학연구원'을 운영하는 고명 이시윤(57·사진)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월을 보내고 있다.

"아픈 곳 없어도 건강검진 받으며 관리하잖아요. 신년운세도 마찬가지에요."

사주는 사람을 하나의 집에 비유하고, 생년월시를 네 기둥이라고 본다. 그 사람의 타고난 운명을 알 수 있어 '운명', '숙명'의 뜻으로도 쓰인다.

이 씨는 "이맘때면 다들 기대 반 불안 반 마음으로 신년운세를 보러 온다"며 "건강검진처럼 내 상담과 손님의 노력이 더해져 무탈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죽기 전에 한번 왔다는 사람, 무슨 소리냐며 화내고 가는 사람…. 결국엔 다들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2년 전 상위 1%에 드는 수재아들의 명문대 입학이 '어렵겠다'고 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주부,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자살을 생각하던 40대 남성 등 모두 결국 '죄송하다, 고맙다'라며 이 씨를 다시 찾았다.

그는 "다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오는 걸 알지만 없는 운을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내 상담으로 나아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 철학가로서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1990년 1월 교통사고로 남편을 여읜 이시윤 씨. 그에게 남은 건 어린 두 자녀 뿐, 부모님도 돌아가신데다가 외동인 그는 좌절의 늪에 빠졌다.

'억울하지 않냐, 사주 한 번 보고 와라'라는 주변의 권유로 떠밀리 듯 철학관에 갔던 게 지금의 철학가 이시윤을 있게 한 터닝포인트였다.

'정말 사람마다 다른 사주팔자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으로 시작한 공부에 차츰 흥미를 붙인 그는 서울사이버대학 풍수학을 전공하고, 공주대학원 역리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4년 대전대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전국 몇 안 되는 철학 박사 중 한 명이다.

삶의 이치는 사주와 노력,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결국 본인이 어떤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지가 더 중요하다는 게 이 씨의 철학이다.

"좋은 사주는 정해져 있지 않다"며 "부족한 것을 채우고 화를 면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사주가 좋은 사주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