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지질조사 없던 일로·전문가 영입 지지부진·안내 책자 일부만 제작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인천시가 쏟아낸 방재 대책들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 송도·청라국제도시 등 매립지 지질조사는 없던 일이 됐고, 지진 전문가도 영입되지 않았다. 100만 부를 만들어 배포한다던 지진 안내 책자는 일부만 제작된다.

인천시는 송도·청라·영종 매립지에 대한 별도의 지질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3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자료를 검토한 결과 매립 공사 당시 지질조사가 이뤄졌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원도심 지역을 포함한 단층 조사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10월17일 '지진 방재 보완 대책'을 발표하며 송도·청라·영종 등 연약 지반에 대한 지질조사 연구 용역을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들 매립지가 지진으로 인한 액상화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액상화는 지반 틈새로 밀려든 바닷물이 빠지지 않아 늪처럼 바뀌는 현상이다. <인천일보 2016년 9월20일자 1면>

당시 시는 "인천은 매립으로 도시가 확장돼왔다. 기준치보다 큰 돌로 매립을 했을 때 빈 공간이 생길 수 있다"며 지질조사로 대응책을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지질조사는 용도 폐기됐다. 경주 지진으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충분한 검토도 없이 '반짝 대책'을 남발한 셈이다.

지진에 대응하는 전담 인력을 보강한다는 계획도 지지부진하다. 시는 방재 대책을 통해 지진 전문가 1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1월29일 지진 인력을 보강한다고 밝힌 것보다 한 발 앞선 선제적 조치였지만 영입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미 전문가를 채용해 지진에 대응하고 있는 부산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 관계자는 "부산은 지진이 일어난 경주와 가까워 빠르게 대처했지만 인천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조직 부서와 협의해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가정에 방재 안내 책자가 배포되는 것도 몇 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시는 지진이나 태풍, 호우 등을 포함한 방재 안내 책자가 가구당 1권씩 배부되도록 100만 부를 제작하기로 했으나 올해는 재난관리기금에서 5000만원만 쓰기로 했다.

지진 방재 대책에 담겼던 시설물 내진 성능 보강 조치는 2030년까지 진행될 계획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 재난 방송사와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하는 대책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올해 2억8000만원을 들여 민방위 경보 사이렌 7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정도만 구체화한 상태다.

한편 최근 5년간 인천지역에선 리히터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37차례 일어났다. 앞선 5년 동안 8차례 발생했던 것보다 4배 가까이 잦아졌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