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죽은 뒤에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는 뜻이지요.

한 사람이 생전에 많은 칭송과 존경을 받았어도 눈을 감으면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살아있을 때 권력과 재력 등으로 지극히 자의적인 존경을 받는 것은 쉽지만 사후에 진정으로 존경을 받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생전에 존경과 명예에 더 집착함으로써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합니다.

인천의 큰 인물인 이기상(사진) 영진공사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습니다. 영진공사는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하역물류 업체입니다. 그는 1961년 영진공사를 세웠으며 오늘의 인천항을 만드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인천의 정주영', '인천의 이병철'이었습니다. 인천 경제를 논할 때 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계경영을 외치며 대우를 세웠던 김우중씨와는 연세대 상학과 56학번 동기이기도 했습니다.

고인이 인천에 남긴 발자취는 대단합니다. 인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언론 등 모든 분야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생전 그의 활약상은 이미 많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그는 인천시민과 늘 함께 했습니다. 합동결혼식 주례를 맡았으며 지역 어버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각종 모임을 만들어 이끌었으며 불우이웃을 앞장서 도왔습니다. 2003년에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단장을 맡아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화통하고 멋진 선배였습니다. 10여년전부터 몸이 불편해졌지만 모임에 꾸준히 참석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일일이 술을 따라주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 후배는 흥이 올라 '앗싸 호랑나비' 춤을 추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진정한 멋쟁이'라고 기억했습니다.

빈소에는 정관계 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단체로 온 합동조문객도 많았습니다.

그는 인천 시민들에게 진정한 '사람의 향기'를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존경과 명예를 갖길 바랍니다. 그의 삶이 살아있는 이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깁니다.

/이두 기자 two2two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