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으로만 평가하는 현대미술 비판
자신만의 가치관 담아 500여점 제작
▲ 모유로 하얗게 칠한 작품 최선作 '동냥젖'.
"저요? 허접하고 난잡한 작가일 뿐입니다. 그저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제 방식대로 풀어내는 작가 중 한 명이죠."

최선(43) 작가는 인터뷰 내내 자신에 대해선 겸손하지만 작품에 관해서만큼은 확신에 찬 어투를 유지했다.
그는 홍익대 미술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4년 전시회를 열면서 '작가' 타이틀을 달았다.

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만 500여점. 그는 주로 이 시대 사회 문제에서 영감을 얻는다.

조금은 서툴고 생소하더라도, 서양미술이나 기존 작품과는 다른 '최선'만의 '최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내게 그림을 알려준 이도 미술작가이지만 동시에 실망을 안겨준 이도 미술작가"라며 "자신이 어떤 가치관으로 어떤 예술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작품만 만들어 내는 행태에 분개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종종 기성 작가들의 화론과 비평 자체를 소재로 쓰기도 한다.

최 작가의 최애(愛) 작품은 2005년 제작한 '동냥젖'이다. 이 작품을 위해 그는 6개월 정도 길에서 만난 아기 엄마들에게 모유를 동냥했다. 가격으로만 가치가 평가되는 현대미술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던지고 싶었다.

그는 "오히려 썩고 부패해버리는 작품을 통해 예술은 반드시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최 작가가 올 3월 인천아트플랫폼에 둥지를 틀었다. 처음 온 인천은 그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정치계와 문화계 등이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에 실망했었던 그였다. 사소하게는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도 양보 없는 모습에 갈수록 각박함을 느끼기도 했단다. 하지만 인천에서의 생활은 달랐다. 그는 "주로 활동하는 중구가 원도심이라 그런지 특유의 정과 살가움이 있더라"며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남을 존중하고 좋은 것은 나누려는 이타적인 면을 느꼈고 또 배우고 있다"고 했다.

개인전 8차례, 기획전시회 25차례라는 세월과 함께 그가 늘 가슴 속에 품어온 다짐은 '언제나 믿음과 신념에 대해 새롭게 의심하자'는 것. 후배들에게도 기술적인 것보다 이 점을 온전히 전해주고 싶다.
"제가 미술이라는 활동을 통해 미술품을 선보였을 때 이를 보는 사람들이 관심과 이해가 더해진다면, 비로소 예술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또 다른 문화가 생겨 이 시대를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