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향 물씬 풍기는 느티나무길
▲ 메타세쿼이아길
무더운 여름이 가고 조금은 빨리 찾아온 추위에 가을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 인천대공원으로 가자.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을 만끽하지 못한 이가 있다면 집에 묵혀뒀던 카메라와 셀카봉을 챙겨 인천대공원으로 가자. 물론 도심을 벗어나 한적하게 숲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 싶은 이도 좋다.
어르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편백나무숲도, 한가로이 식물을 즐길 수 있는 수목원도, 연인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길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까지.
대공원을 크게 가로지르는 도로만 걷고서 이곳을 다녀왔다고 말하면 큰 오산이다. 곳곳에 '숨은 진주' 같은 장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100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인천대공원에서 알차게 늦가을의 끝자락을 잡아보자.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자.

▲서로 다른 재미, 두 가지 걷기 코스
인천대공원은 크게 정·남·동문이 있다. 대공원을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정문과 남문코스다.

정문코스 테마는 '생활 속 쉼표'. 모두들 큰 도로를 따라 바로 공원의 중앙으로 향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8만평 규모의 수목원이 있다. 1000여종 이상의 식물이 숨 쉬고 있는 수목원은 걷는 것 자체로 '힐링'이다.
지금은 붉은 옷을 입은 화살나무, 빨간 열매를 머금은 낙상홍·피라칸다, 앞마당에 심으면 도둑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남천이 제철이다.

한 바퀴 돌고 나와 출출해졌다면 피크닉장으로 가 준비한 도시락을 펼치자. 잔디와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제 장미원으로 향해야 하지만 온실로 발걸음을 돌리자. 매년 6·10월 만개한 장미가 시민을 반기지만 지금은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실엔 화려하진 않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희귀식물 300여종이 기다리고 있다.

휴식이 끝나고 지루해질 때 쯤 인천대공원의 자랑거리인 느티나무길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눈길을 사로잡는 이 길은 총 3.7㎞ 길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2010년 보도블럭을 걷어내고 흙길을 조성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푹신한 느낌과 함께 양 옆에 높게 자란 느티나무가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같은 늦가을엔 바람에 흩날려 바닥에 쌓인 낙엽을 밟으면 산책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인천대공원이 전국에서 걷기좋은 숲길 열 손가락에 꼽히는 데 이만한 이유가 있을까 싶다.

다음은 '추억 저장' 테마의 남문코스다. 아이들과 함께온 가족 이용객에게 안성맞춤이다. 남문은 인천 2호선 '인천대공원역'과 바로 이어져 평일·주말 상관없이 많은 시민들이 오고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바로 보이는 타요버스는 아이들의 '포토월'로 통한다. 한껏 들뜬 기분으로 바로 뒷편 동물원으로 가 보자. 미니나귀부터 뽀로로 친구 사막여우, 느릿느릿 기니피그, 불쑥 고개를 쳐드는 미어캣, 주는 먹이 마다않는 사슴까지. 굳이 서울로 나가지 않아도 20여 종이 넘는 동물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메타쇄콰이어길로 향하면 자연히 마음이 차분해진다. '바사삭' 소리에 낙엽 밟는 재미까지 겹쳐져 산책하기 쏠쏠하다. 여기 나무들은 다들 30살이 넘는다. 사계절 모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 길은 숲 자체가 보물이다.

산책 후 야생초화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자라난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겨줄 것이다. 작은 웅덩이와 벤치는 편안한 휴식을 한층 더 돕는다. 한 켠에 마련된 숲속도서관은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의 인천대공원이 있기까지는 늘 그가 있었다
"인천대공원과 함께한 20년, 명실상부 최고의 대공원이라고 자부합니다."

1987년 인천대공원 조성이 결정되고, 1990년부터 본격 공원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정수경 녹지연구사는 1995년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해 21년 째 대공원 지킴이로 있다.

정수경 연구사는 대공원이 모습을 찾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수목원·장미원·온실·습지원까지, 대공원에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일까 그는 대공원을 거닐면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그는 "내가 일군 이곳에서 시민들이 즐거워하며 잠깐이나마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느 한 군데 빼놓을 수 없지만 정 연구사가 손에 꼽는 대공원의 가장 '핫'한 장소는 습지원 데크길이다. 작은 호수를 빙 두르는 데크길을 따라 습지원을 거닐면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볼 수 있다. 또 가을하면 떠오르는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는 "이 곳은 숨은 진주같은 곳"이라며 "누가 추천해달라고 하면 망설임없이 이곳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사는 인천에 이런 대공원이 있다는 게 큰 자랑이자 인천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도심에 이런 넓은 공간과 숲 생태계를 새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시가 나서서 대공원 조성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천 시민들이 함께 만든 곳"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고 즐겨 보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대공원을 인천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며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가는 길과 먹거리
지하철 이용 시 경인선 1호선 송내역에서 8·11·16-1·30·909번 버스를 타고 정문에서 내리면 된다. 인천지하철 1호선의 경우, 인천시청역에서 내려 8번 버스를 타거나 간석오거리역에서 15·534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인천철 2호선은 인천대공원역에서 내리면 바로 남문이 보인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서울외곽도로를 타다가 장수IC로 나오면 되고, 제2경인 고속도로 이용객은 서창 부천나들목에서 나와 직진하면 된다.

산책 후 집으로 가기 아쉽다면 주변 맛집에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좋다. 만의골 쪽 오리백숙, 칼국수, 손만둣집은 지친 몸에 활력을 넣어준다. 수현부락 쪽 역시 즐비한 백숙집이 시민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청소년수련관 쪽 김밥 집과 국수집, 카페도 빼놓을 수 없는 인천대공원 맛집이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