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어느 봄날, 조개 캐는 할머니들을 따라 고잔 갯벌에 나선 적이 있다. 장화, 밧줄, 함지박, 간식, 꼬챙이, 웃께, 구럭…. 갯벌에서 일하려면 20여가지 장비를 몸에 지녀야 한다. 고된 노동이었지만 그들은 조개를 캘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다. 눈앞에 보이는 송도국제도시의 확장이 큰 근심거리였다. 동막, 능허리, 척천마을, 신촌, 박짓뿔 등은 송도 갯벌을 논밭 삼아 삶을 영위하던 어촌 마을들이었다. 이제 그곳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지난 26일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일부 주민들이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경제자유구역청 특별회계 자산인 송도 토지를 인천시 일반회계 자산으로 이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송도의 돈을 원도심에 쓰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송도특별자치구 독립" 구호 까지 외쳤다.

송도국제도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바다에서 불쑥 솟아 난 게 아니다. 1994년 송도신도시 청사진이 마련된 이후 바다를 막고 갯벌을 메우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매립이 시작되자 엄청난 양의 흙을 '원도심'에서 퍼 날랐다. 서해안고속도로와 문학경기장 공사에 의해 문학산 일부가 잘려 나갔다. 인천지하철 1호선 건설로 시내 곳곳의 지하가 파헤쳐졌다. 이때의 흙이 송도 '땅'을 만드는데 투입되었다. 운송 차량의 기름 값. 작업 인부들의 임금 까지 막대한 송도 조성비는 시민의 세금과 원도심 지역의 개발이익금 등으로 충당되었다. 지난 20여 년간 송도 길목의 지역 주민들은 먼지와 소음을 감내해야 했다. 무엇보다 해안가에 살던 송도 원주민들은 평생의 일터 갯벌을 내주고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의 송도 주민들은 이런 희생 위에 세운 땅에 들어온 '객(客)'들이다.

대전에 '성심당'이란 유명한 빵집이 있다. 매장 건물 외벽에 수도꼭지를 설치해 놓았다. 빵집 앞에서 영업하는 포장마차들이 물을 공짜로 마음껏 쓰도록 배려한 것이다. 성심당의 사훈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다. 송도 주민들이 피켓을 들기 전에 한번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100년 후 송도국제도시가 원도심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