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적 표상' 김영주 화백 작품 전시

정문규 미술관(안산시 대부도 소재)은 '한국미술의 거장 전' 시리즈 세번째로 한국 근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고 김영주 화백의 작품 전시전을 갖는다.

이달 1일 시작한 작품 전시는 11월30일까지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53-9(선감동)동 정문규 미술관에서 열린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의 서양화가 김영주 화백(1920~95년)은 박수근, 이중섭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 한국 근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국내미술사에 묻힌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46년 이후 서울에 정착해 현대 미술을 지향하는 한편, 대한민국미술전람회(약칭 국전)의 보수주의를 비판하는 등의 미술평론 활동도 했다.

작품으로는 피카소의 영향이 짙은 상징적 인물상의 현대적 화면 창조를 추구했다. 1957년에는 김병기(金秉騏) 등과 조선일보사가 주관한 현대작가초대전 조직을 주도했다.

그 시기의 작품은 '검은 태양' 연작으로 인간, 가족, 여신(女神), 화조(火鳥), 골고다의 언덕 등 현대인의 자아 상실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상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빨강, 노랑 등의 강렬한 원색조로 직선적이고 즉흥적인 평필(平筆) 작업의 구조적 추상 회화를 수년간 시도하다가 그 전의 인간 시리즈로 돌아가 내면적 형상을 한층 복합적으로 전개시켰다.

1970년대 이후의 작업에는 선명한 다색(多色) 선들의 즉흥적이고 기호적(記號的)인 표상과 '현대 풍경' 또는 '잃었다는 그 숱한 이야기' 등의 모호한 문구(文句)가 느닷없이 낙서처럼 도입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작가들의 형식적 연작이 대개 자기 모방을 나타내듯이 김영주 역시 말년 작품들은 방법적 반복 형태로 이어졌다. 그렇더라도 195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 미술 전개 과정에서 김영주의 작품 태도와 정신 및 전향적 평론 활동 등의 업적은 매우 뚜렷하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김영주는 글과 그림이 분화되지 않은 상태를 지향했다. 시대를 위해 글을 썼고 그림을 통해 시대에 맞섰다"며 "김영주의 분방한 색채와 표현 구사는 독특한 영역을 이뤘음에도 주류미술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왔다. 어떤 아류에도 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었던 작가의 외로운 탐구정신이 새로운 평가를 받아야 할시점" 이라고 평했다.

자유분방한 필치와 빨강·노랑 등의 강렬한 원색의 그림은 잭슨폴록과 장미쉘 바스키아도 움찔할 만큼 독창적이고 독특한 조형세계로 기운생동한다.

특히 1990년에 제작된 가로 10m, 세로 2m의 대작 '신화시대'는 에너지가 넘치고 지금 출품된 작품이라고 할 만큼 세련되고 현대적 미감이 넘친다.

한편 정문규 미술관은 2013년 국내 화단의 과도기인 1950~60년대 활동한 이봉상, 이종무 화백을 소개한 '한국미술의 거장전 Ⅰ', 2014년 조각가 문신, 서양화가 하인의 작품을 소개한 '한국미술의 거장전 Ⅱ'를 기획 전시했다.


/안산=안병선 기자 bsa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