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인천 편집장


개봉박두. 영화 감상을 앞둔 그 설렘이었다. 지난 6일 기획특별전 '인천, 어느날 영화가 되다' 개막 시간에 앞서 인천시립박물관 로비에서 커피 한잔하며 전시장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설렘은 바로 흥분 모드로 전환되었다. 1958년 인천의 자본으로 인천의 세트장에서 촬영된 영화 '사랑'의 스틸컷을 비롯해 애관, 인영 등 지역의 극장 관련 자료 400여점을 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흥행'을 확신할 만큼 볼거리가 넘치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다.

전시품을 대하자 잊힌 기억들이 프레임으로 연결돼 돌아갔다. 필자가 생전 처음 영화를 본 곳은 극장이 아니었다. 공장 마당이었다. 일곱 살 쯤 여름밤에 고철더미가 수북이 쌓인 송현동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에서 동네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임시 스크린으로 세운 흰 광목천이 바닷바람에 자꾸 쓰러졌던 잔상이 떠오른다.

공장 문을 나선 동네 형들의 주머니와 품은 불룩했다. 작은 쇠붙이들이 그 속에 잔뜩 들어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고물상에 판 다음 시내 극장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공짜표를 받는 가게 집 아들이 너무 부러웠다. 우리 집 담벼락에도 영화 게시판을 붙여 놓자고 엄마에게 조른 적이 있다. 극장 측에서 보면 우리 집은 좁은 골목길에 있었기 때문에 게시판 부착은 택도 없는 일이었다.

전시장에서는 최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해 1960년대부터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제작됐던 '돌아오지 않는 해병' '결사대작전' 등의 영화들이 계속 돌아갔다. 그 중 한쪽 벽에 비친 영상에 유독 눈길이 갔다. 70년대 인천의 영화관에서 상영했던 광고 영상이다.

유림음악다실, 인천우유 등 지역에서 잘 나가던 업소 10여 편의 광고가 담겨 있다. 당시의 시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귀한 영상이다. 이 필름은 전시품 수집을 위해 박물관 직원들이 옛 영화관과 관계자를 탐문 조사하던 중 미림극장의 후미진 다락방에서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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