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심사때 사상검증…외국인 범죄자 '무관용' 대처"
"이민정책 모호" 지적에 '작심공약'…"이민 시스템 전면 개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31일(현지시간) "미국에 살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에 더는 사면은 없을 것"이라며 초강경 반(反)이민정책 10개 항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이민정책 연설에서 "미국은 주권 국가로서 이민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 "대통령이 된 첫날 범죄를 저지른불법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불법 이민자들이 법적 지위를 얻으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면서 "그것은 모국으로 돌아가 내가 제시하는 새로운 이민 시스템하에 적법하게 재입국하는 것"이라고 강경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이어 불법이민 방지 대책으로 ▲멕시코 접경지역에 '거대장벽'(Great Wall) 건설 ▲이민심사에서 '사상검증'(Ideological Certification) ▲연방 이민세관국(ICE) 산하 '불법이민 추방 태스크포스' 설치 ▲비자법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멕시코 접경지역에 설치할 거대장벽은 첨단 기술을 동원해 지상과 지하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솎아낼 것"이라며 "거대장벽 건설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해야 할것"이라고 했다.

특히 트럼프는 "외국인 범죄자(criminal alien)에 대해선 '무관용' 정책을 펼칠것"이라며 "이제 '불법 이민자 검거ㆍ석방'이라는 악순환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시리아ㆍ리비아 난민 수용이 미국의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주장하면서 "시리아ㆍ리비아 난민 수용 차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날 강경한 반(反)이민정책 발표는 최근 이민정책을 놓고 '뒤집기(Flip-flop)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선명성을 강조하고자 강경 모드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트럼프가 이민정책 연설장소를 멕시코 국경과 맞닿아있는 애리조나 주를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민정책을 발표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의 '열린' 이민정책을 겨냥해 "매우 약하고 어리석은(Weak and Foolish) 정책"이며 "외국인 범죄를 양산해온 실패작"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아울러 불법 이민자에게 돌아가는 복지를 줄이고 모든 이민개혁의 혜택을 미국 근로자에게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을 겨냥한 '집토끼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는 이민정책 발표를 앞두고 멕시코를 전격 방문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열린 공동 회견에서 "미국은 불법이민과 무기, 마약밀매를 막기 위해 자국 영토에 장벽을 건설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그러나 트럼프와의 회동 직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멕시코는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