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초법적 소탕전 비판…대통령 "사법체계 비효율적…나서지 마라"
이미지 9.png
▲ /연합뉴스

 
필리핀 정부와 사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놓고 충돌했다.

사법부 수장이 초법적인 마약 소탕전을 비판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령까지 거론하며 나서지 말라고 경고해 양측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한 군사기지를 방문, 장병들에게 연설하는 자리에서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 대법원장을 겨냥해 사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방해하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엄령은 일단 엄포용으로 보이지만 사법부 수장에 대한 위협적인 발언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7일 마약 매매 연루 의혹이 있는 판사와 군인, 경찰관,정치인 등 160여 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사법부를 자극했다.

세레노 대법원장은 다음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성급하게 명단을 공개했다고 지적하며 이 명단에 포함된 판사들에게는 체포 영장이 발급되기 전까지 경찰에 자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무죄 추정의 원칙과 재판 등 정상적인 사법체계를 무시했으며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마약범으로 몰려 자경단의 살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용의자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받는데 2∼3개월, 판결에 최소 10년이 걸린다며 이런 비효율적인 사법체계에서 전국의 마약 용의자 60만 명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사 수사 단계에서 90%가 풀려나고 재판에 넘겨져도 판사를 매수해 무죄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행정부의 모든 직원에게 대법원장을 존중하지 않도록 지시할 수 있다"며 "위기를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내 일에 간여해 나를 멈추게 하려고 한다면 냉정함을 잃을지 모른다"며 "차라리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세레노 대법원장이 계속 반기를 들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의 탄핵을 추진할 수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필리핀에서는 2012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일 때 레나토 코로나 대법원장이 부패 혐의로 의회에서 탄핵당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