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석 콘서트홀 3분의 1이라도 채우면 다행"
▲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을 짓겠다며 시작한 '아트센터 인천'의 준공이 자꾸 미뤄지면서 개관 이후의 운영방식까지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트센터 인천' 전경.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오페라하우스·뮤지엄 착공도 못해...준공 또 연기
글로벌한 명칭 결정 불구 시민 "흔한 이름 … 걸맞지 않아" 지적
전문콘서트홀 무대·객석의자 등 문제...조명·음향 단가 의혹도
1년전 운영준비단 조직 … "규모에 맞는 공연 유치 쉽지 않아"


한국의 오페라 하우스를 표방한 '아트센터 인천'의 준공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계획 당시 2014년 9월에 준공하기로 했으나 여러 차례 합의서가 변경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이 지연됐다.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시설을 내세웠지만 최근 공사현장을 실사한 인천시의원들은 객석 의자와 무대 등 내부 시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업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 조명, 음향, 무대 등에 쓰인 비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트센터 인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어봤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준공시기

아트센터 인천은 크게 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뮤지엄으로이뤄진다. 송도 아파트 분양 개발사가 건립해 인천시에 넘겨주는 시설물이다.

1단계 사업인 콘서트홀의 건립비용을 261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사업비 정산 문제로 실제 쓰인 비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사업비로 쓸 주거단지 개발이익금의 최종 정산은 준공 후 3개월 후에 하기로 협약했다. 지난해 8월 주거단지 준공을 마쳤지만 아직까지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아트센터 인천의 연간 운영비는 50억원으로 예상된다. 콘서트홀과 함께 기부채납 받는 오피스텔, 상가의 수익은 연 21억원으로 운영비 전부를 조달하기 어렵다. 2단계 사업인 오페라 하우스와 뮤지엄은 착공조차 하지 못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정산 내역이 없어 건립 비용을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시행사인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에 정산을 요청했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달 말로 예상했던 아트센터 인천의 준공은 또다시 미뤄졌고 인천시와 경제청, NSIC 등은 서로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명칭 논란

'아트센터 인천'은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지역 문화계 인사, 송도 주민협의회 등이 모여 심사를 통해 결정한 명칭이다.

지난해 시민공모를 했으나 적당한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다. 명칭 후보에는 송도의 옛 지명인 '먼우금' 등 한국적인 이름도 있었으나 국제적 공연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심사위원 다수의 의견에 따라 아트센터 인천으로 정해졌다.

이에 한 시민은 인천일보 기고를 통해 아트센터라는 명칭은 이미 '부평아트센터'와 '성남아트센터' 등 타 지역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내세우는 공연장에 걸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국제적이고 글로벌한 명칭을 붙이기 위해 아트센터 인천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부시설 부실 논란

7월20일 아트센터 인천 공사현장을 다녀온 황흥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무대, 객석 의자, 다목적홀, 사무실, 분장실 등이 전문 콘서트홀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공연장으로 쓰일 다목적홀은 벽이 유리로 돼있어 무대를 설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오페라를 연주하는 극장에 필수적인 오케스트라 피트(Pit)가 없는 무대와 등받이가 낮고 앞 좌석과의 간격이 좁은 객석 의자를 문제로 꼽았다.

현재 설치된 객석 의자의 등받이 높이는 850㎜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940㎜인 것에 비해 낮다. 롯데월드몰 콘서트홀(930~1030㎜)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콘서트홀로 꼽히는 도쿄 산토리홀(950㎜), 보스턴 심포니홀(950㎜)등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열간격 또한 950㎜로 앞 좌석과의 거리가 좁아 객석 통로를 지나다니기 불편하다.

이에 아트센터 운영준비단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장 조성 매뉴얼'의 '객석 의자 설치 기준'을 제시하며 "객석이 너무 안락하면 공연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의자 높이와 간격 기준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조명과 음향의 단가를 낮춰 설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으나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기 위해 업계에서 유명한 업체에 설계를 맡겼다"고 덧붙였다.

아트센터 인천 운영방향

인천시는 1년 전 아트센터 인천 운영준비단을 조직했다. 운영준비팀과 시설관리팀은 운영 방안 마련, 개관준비, 공연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다. 조명, 음향, 무대, 객석 등 내부 시설은 거의 갖춘 상태다.

운영준비단 관계자는 "기본적인 운영준비는 하고 있으나 시설 기부채납 문제가 해결돼야 운영팀도 제대로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며 "기부채납 형태의 공연장이라 금전적 문제와 여러 부서가 많이 얽혀있어 복잡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연 콘텐츠와 프로그램 운영 방안도 골칫거리다.

한 공연전문가는 "세계적인 공연을 한다 해도 1700석이 모두 차기 어렵고 객석의 3분의 1이라도 채워지면 다행"이라며 "이런 대규모 공연장에서는 운영비를 끌어들여 직접 기획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콘서트장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큰 규모에 맞는 공연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트센터 운영준비단은 지난해 12월 공연기획 전문가를 채용해 시문화예술과 공연기획담당, 정치용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함께 공연 콘텐츠를 기획중이다. 8월 안에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