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끓고 있다. 폭염에 닭이 수십만 마리 폐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날개를 가졌으나 날지 못하는 닭, 날기를 꿈꾸기도 전에 목이 잘리는 닭. 겨우 한두 달을 케이지에 갇혀 오로지 사료와 물만 먹고 살을 찌운 닭. 닭강정, 삼계탕, 영양탕,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훈제치킨. 갖가지 이름으로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닭. 전 세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 초복과 중복을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닭들이 식탁에 올랐을까.
아이들은 입맛대로 양념치킨, 남편은 기운 나게 삼계탕, 더위에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하는 훈제 치킨. 어떤 요리든 가능하다. 그냥 닭에 통마늘만 넣고 푹 삶으면 닭백숙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한 마리 가격도 착하니, 없는 돈에 육고기를 먹기에는 이만큼 만만한 것도 없다. 사계절 내내, 특히 더운 이 여름에 닭은 우리 몸의 피와 살이 되었다. 새삼 닭이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도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음 생에는 닭으로 태어나지 말라고 할 밖에.
그 닭의 목을 치는 여자가 있다. 시장통에서 겹겹으로 쌓인 닭을 집어 들어 토막을 내는 여자는 손목이 아플만도 하지만, 땀을 쏟아내 지칠만도 하지만 걸걸한 목소리로 손님을 부른다. 삶의 긍정성을 가지고 오로지 닭을 토막내는 여자는 경건하다. 다른 좌판의 채소나 과일이 더위로 시들어갈 때도 닭을 토막내는 손은 싱싱하다.
시를 읽다보니, 더위를 피해 시원한 대형마트로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재래시장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시 속의 생닭집 여자는 어찌하고 있을까.
인간을 위해 짧은 생을 살다가는 닭, 그 닭을 토막내는 여자. 닭을 사다가 닭볶음탕을 끓이는데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어째 이 땀이 펄펄 끓는 폭염 탓만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닭인 것도 같고 닭을 토막내는 여자 같기도 한 걸 보면 더위를 먹은 것일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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