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일 스펙업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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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일 스펙업 설립자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10.3%였다. 전체 청년 구직자 10명 중 한 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언뜻 보면 그 정도는 괜찮은 수치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체감실업률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34.2%에 달한다. 청년구직자 10명이 있다면 3~4명은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정도의 수치라면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두 가지 통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실업자의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는 아르바이트생, 계약직 등의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대학원생, 공무원 시험 등의 고시생, 기타 취업 준비생 등을 통계에서 제외한 수치이다.

물론 국제 통계상 대학원생, 고시생, 취업준비생, 전업 주부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대해 유경준 통계청장까지 나서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하고 구직활동 조건을 만족했는데도 실업자가 되면 실업자로 정의된다"며 "이미 취업한 사람과 구직의사 없이 그냥 노는 사람까지 실업자로 보는 것은 국제기준에도 안 맞고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원의 자료에 대해 정부기관의 책임자가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브리핑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년 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유 청장의 말이 맞기는 하나 기왕 브리핑을 하는 자리였다면 단순히 민간연구원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좀 더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실제 당사자들인 청년 구직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으면 어떨까 싶다. 그랬더라면 통계청의 주장도 좀 더 설득력이 생겼을 것이고, 청년 취업 준비생들도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하면 청년 실업률을 줄여볼까 하는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의 행보는 제 3자 입장에서 보아도 아쉬운데 두 통계의 약 23% 차이에 해당하는 실제 당사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유 청장은 실업률 통계에서 빠진 비자발적 비정규직 청년들이 이미 취업을 한 것이므로 실업률 통계에 넣는 것이 난센스라고 했지만 비정규직 청년들은 그 통계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렇게 정부와 청년구직자 서로가 생각하는 현실에서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고용 관련 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도 약 23%에 해당하는 이들은 배제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비자발적 비정규직은 현재진행형으로 양산되고 있고 그마저도 싫은 이들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되거나 일할 의지를 포기해버린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되고 있다.

그나마 그중 의지가 있는 청년들은 돌파구를 찾고자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리는데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해마다 늘어난다고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에 따라 한 쪽에서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많이 몰리는 것은 국가 발전의 저해 요소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고용 정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기에 일하지 못하는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최저생계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에게 왜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않느냐고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통계청의 말을 일부 받아들여 취업을 포기한 이들은 실업률에 넣지 않는 것이 맞다고 해도 취업을 포기한 것은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자발적의 의사라기 보다는 취업이 안 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재고의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절충해보면 어떨까 싶다. 통계청에서는 앞으로 실업률 통계를 애당초 두 가지로 내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기존과 같은 청년실업률, 그리고 또 하나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행했던 청년 체감실업률이 그것이다.

그렇게 이원화된 통계가 있어야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그리고 취업 준비생은 물론 정부와 사회 각 계층이 실업 문제를 모두 몸소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은 말만 심각하다고 하지 정작 얼마나 심각한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통계와 실제의 괴리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각지대가 없는 고용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펼쳐질 고용정책을 기대한다. /유상일 스펙업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