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동 전 극동대 교수
▲ 조환동 전 극동대 교수

김정수(가명)는 오래전부터 비탈진 산의 개울가 국유지에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았다. 나라의 땅을 훼손하고 법을 어기면서 살았다.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집이 없어서 이렇게 한 것이 아니다. 멀쩡한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이고, 괜찮은 직장의 정규직에 다니고 있었으며, 자가용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구청에서 집을 철거해서 훼손된 땅을 정비하려고 하니 집을 비우라는 연락이 왔다.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던 이 동네 사람들은 '드디어 때가 왔다'며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돈이 되는 날이 왔다는 것. 우선 '철거 결사반대', '생존권 사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대문짝만 하게 만들어 거리 곳곳에 부쳤다.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가고, 지방의원을 찾아가고, 머리띠를 두르고, 확성기를 둘러 메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천막을 치고 거리에 앉았다. 시민들이 보기에 억울한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도록 한껏 연출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경향 각지에는 시,국공유지에 환경을 파괴해서 지어진 주택들이 아주 많다. 이러한 시·국공유지에 지어진 주택들은 대부분 무허가 주택들이다. 무허가 주택들은 세금이 없거나 아주 적다. 양도·취득세가가 건물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실거래가 신고제 실시에 따른 부담이 적다.

또 대부분의 경우 1가구 2주택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중과도 피할 수 있다. 건물 보상비와 이주대책 보상비, 이사비 등의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김정수는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왜 행정관서와 법 집행부서는 이 불법을 방관만 하고 있는가? 왜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만 손해를 봐야 하는가? 절차를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 파업을 해도 이를 두둔하는 정치 세력들이 생겼다.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됐다. 불법이 적법을 제압하는 나라가 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나라가 됐다. 원칙이 실종되고, 법이 실종됐다. 사리사욕과 이기주의에 빠져버린 사회가 됐다. /조환동 전 극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