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인천대 교수
▲ 이호철 인천대 교수

시진핑의 중국은 그 이전의 중국과 상당히 달라졌다. 조용히 힘을 키우던 도광양회의 중국이 아니다.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는 주도적인 국가로 바뀌었다.

'중국의 꿈'을 향한 시진핑의 중국은 세계 도처에서 부와 힘을 과시하고 있다.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해 전세계의 문물을 중국으로 집결시키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다.

오바마의 미국은 부드럽고 온건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고 포괄적인 '재균형 전략'을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고, 그 핵심은 중국견제이다.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일본 자위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호주, 필리핀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베트남에 대한 무기금수를 해제했다. 또 미얀마,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등으로 전개되고 있는 재균형 전략은 바로 중국 포위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고 있고 한국, 일본, 중국의 해상운송의 70% 이상이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이곳을 장악해야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태평양, 아프리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곳을 통제해야 동맹국들을 보호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미·중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다.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서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왔다. 그 핵심 내용은 중국이 주장하는 '9단 선 해역에 대한 역사적 권리'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남사군도의 그 어떠한 암초도 섬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부속해역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중국해의 특정 지역(스카보로 섬)은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은 필리핀의 EEZ에 대한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판결이다. 특히 두 번째 판결 내용은 중국이 인공섬을 구축해 12해리 접속 해역을 영해로 주장하면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며, 미국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것이었다.

중국은 물론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2014년 12월에 표명했다. 수용 불가의 논리는 남중국해 문제는 해양관할권의 문제가 아니라 해양주권에 관한 문제이고, 해양주권과 경계 설정에 관해서는 중재재판소에 관할권이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남중국해 문제는 2002년 동남아시아 10개국과 중국이 체결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에 입각해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입장에도 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당분간 남중국해 문제는 중재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결국 남중국해 문제는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에 따라 당사국간 협의와 협상을 통해서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에도 유엔해양법 등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암초나 사구에 대한 현상변경을 자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당사국 간 협의와 협상을 통해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한편, 항해와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안전한 해상수송로도 보장돼야 한다. 또한 중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은 인공섬 건설과 군사화 조치들을 중단해야 한다.

'중국의 꿈'은 중국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중국의 꿈'이 중국만을 위한 꿈으로 이루고자 한다면 세계적인 재앙이 될 것이다. '중국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아시아와 함께 가야하고 전세계와 함께 가야 한다. 부와 힘만으로 존경받을 수 없는 것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 규범을 존중해야 진정한 강대국으로 존경받게 될 것이다.

세계는 중국이 '중국의 꿈'을 실현해서 14억의 중국인들이 경제적 풍요로움과 정치적 안정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동아시아와 전 세계 인류가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상생공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남중국해 문제를 풀어가는 중국의 입장은 '중국의 꿈'이 아시아의 꿈, 세계의 꿈과 함께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호철 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