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인천시 환경녹지국장
이상범 인천시 환경녹지국장

싱가포르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연간 방문객이 1300만명에 달하는 이 나라에는 독특한 건물과 쇼핑거리 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가 하나 더 있는데, 세마카우섬이 그것이다.

세마카우섬은 폐기물처리장이다. 그러나 흔히 상상하는 폐기물처리장과 다르다. 숲이 자라고, 섬 근처에는 해양 생태계가 건강히 숨 쉬고 있다. 세마카우섬이 성공적인 폐기물처리장으로 자리 잡은 것은 싱가포르 정부의 책임있는 행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시에도 세마카우섬과 같은 폐기물처리장, 수도권매립지가 있다. 수년간 매립 연장과 종료를 두고 대립이 있었으나 환경부 장관과 수도권 3개 지자체장이 7개월간 협의한 끝에 폐기물 처리와 주민 이익이라는 두 목적이 조화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태양의 후예 속 대사를 빌리자면 '그 어려운 걸 인천시가 또 해낸' 것이다. 이로써 수도권매립지의 책임있는 행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인천시가 매립지를 소유ㆍ관리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폐기물 처리와 책임감 있는 주민생활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어느덧 4자 합의가 이루어진지 1년이 지났다. 이제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볼 때이다.

인천시는 환경부와 서울시에 있던 매립지 소유권을 가져왔다. 매립지를 넘겨받은 것은 지역경제 발전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우선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에 테마파크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적인 개발사와 1조원 규모의 MOU를 맺었다. 이제 인천시를 거쳐서 다른 도시로 가던 관광객이 인천시에 가기 위해 대한민국에 오게 될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연 500억원 이상(2016년 750억 원 예상)의 반입수수료 가산금이 생겼다. 인근 지역을 보다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인천 서구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예산이 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750억원이 얼마나 큰 추진력을 가질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대체매립지를 조속히 조성해야 한다. 약 10년 후에는 3-1공구 매립이 끝나는데 대체매립지 조성에 5~10년이 걸리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3개 시도가 수차례 회의한 결과 인천시가 주장한대로 대체매립지를 찾은 다음, 이를 어떻게 조성할지 고려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또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차질 없이 이관 받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공사의 재정문제는 날로 개선되고 있다. 2015년 공공기관 평균 부채비율이 약 180%인 반면 공사의 부채비율은 10%정도에 불과했다.

공사를 이관 받기 위해서는 공사 노조와의 이견을 조정해야 한다. 공사 노조는 이관으로 인한 고용불안정을 걱정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공사의 재정문제를 자체 경영역량과 구성원들의 자발적 협조에 맡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공사 노조가 신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인천시장과 노조가 면담할 기회를 마련하고 인천시-노조간 협의체를 구성할 생각이다.

위기가 기회가 되듯, 합의를 통해 인천시는 환경주권을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나아가 수도권매립지를 세마카우섬 못지않은 명소로 만들어 시민의 행복을 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천시민의 신뢰와 지지가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4자 합의를 이끌어낸 민선 6기 시정부가 추진력을 잃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상범 인천시 환경녹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