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우 한국시설안전공단 상임이사
▲ 남동우 한국시설안전공단 상임이사

지난 8일 인천 동남부와 경기도 수원·용인·의정부·남양주·성남·안산·안양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되고, 경기 남부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온은 급속한 기후변화를 수반하는 경우 재난 발생확률이 높아질 수 있는 일이기에 우리 모두를 잔뜩 긴장시키게 된다. 또 갑작스런 장마나 우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게도 된다.

최근 몇 년간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때문에 집중호우나 게릴라성 호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옹벽과 축대, 비탈면이 붕괴하고 산사태와 건설 현장의 임시 시설인 토벽류 붕괴, 땅꺼짐 현상인 싱크홀 등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1년의 경우 수도권에 시간당 86㎜에 달하는 폭우가 100년 만에 쏟아져 단 사흘 사이(7월26~28일) 집중호우 기록을 경신한 적이 있다. 서울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400여 명이 대피했다. 강남과 우면산 인근 아파트 2000가구가 정전됐으며, 수돗물을 공급 받지 못한 가구도 2만5천여 가구에 달했다.

당시 전국 80군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그 피해는 심각했다. 사망 62명, 실종 9명, 이재민 3050여 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주택 1만여 채와 농경지 978㏊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장마철에는 많은 수량 탓에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산사태 또는 옹벽·축대·토벽류의 붕괴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2014년 7월18일에는 집중호우로 3층 건물 높이의 화도중학교 옹벽이 무너져내려 흙더미와 울타리가 인도와 차도를 덮쳤다. 이 사고로 도로에 세워져 있던 차량 2대가 파손 당하는 사고가 났다.

같은 해 8월18일에는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터파기 작업을 마치고 골조를 올리는 작업 도중 토사가 그대로 무너지면서 붕고 사고현장 주변 6차로 400m 도로 구간에 대한 차량 통행이 이틀 간이나 전면 통제되는 통에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사고는 집중호우로 오피스텔 공사장 흙막이 설비가 수압을 이겨내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같은 해 9월3일엔 집중호우가 쏟아진 경남 창원 창곡산업단지 축대가 붕괴되면서 축대 아래 자동차부품 생산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다치는 재해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재해가 반드시 장마철에만 집중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4월20일의 경우, 게릴라성 호우가 내려 부산의 한 주택가 절개지를 떠받치고 있던 20m 가량의 옹벽이 순식간에 붕괴되면서 잠들었던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최근 들어 인천을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싱크홀이 잇따라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지난 2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싱크홀 의심지역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위험도가 높은 144개 지역을 우선 점검했다.

올 들어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지자체로부터 취약지역 184개소 약 400㎞ 구간에 달하는 점검대상을 확정해 3월부터 지반탐사를 실시 중이다. 이와 함께 건설 현장의 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5월에 전국 5개 국토지방청을 순회하며 건설안전교육도 실시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그동안 건설안전정보시스템(COSMIS)의 건설사고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왔다. 각종 시설물에 대한 점검 및 진단 경험을 토대로 옹벽, 축대, 비탈면, 건설 현장, 노후 주택 등에 대한 우기 대비 안전점검표를 작성해 해당 홈페이지(www.cosmis.or.kr)의 '안전관리 우수 사례' 메뉴에 안전교육 자료로 공개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와 시설물 소유주, 건설 현장관리자 등 모두에게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런 자료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부디 올 여름은 정말로 단 한 건의 대규모 재난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안전한 해로 기억되길 바란다. 인구 300만 명 대도시 인천의 안전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들의 합심으로 지켜 나가자. /남동우 한국시설안전공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