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인천 편집장


20여 년 전 서울 월급쟁이 시절 커피숍을 하나 차리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발목을 잡은 것은 모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였다. 불황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소규모 업종에 커피숍이 끼어있었다.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년이 지난 요즘, 열었다하면 커피숍이요 붙였다하면 카페 간판이다. 경제학 박사님들은 커피를 단순한 음료로만 판단했다. 커피를 '문화'로 보지 못했다. '카페'는 이제 음료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동네의 일상공간이 됐다.

요즘 도시마다 유명한 카페 동네가 있다. 인천에서 가장 '핫'한 곳은 신포동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중구청 근처에서 홍예문 부근에 이르는 지역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거의 보이지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독특한 카페들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1890년대 일본 하역회사 건물이었던 카페 '팟알'을 비롯해 중국인들이 세운 해안성당의 사제 교육관이었던 모노그램커피, 1950년대까지 얼음 창고로 사용했던 아카이브 카페 '빙고' 등이 있다. 여기에 홍예문 오르는 길 옆 창 넓은 일본식 주택을 개조한 카페 '홍예', 그리고 북동쪽으로 테라스를 내 동인천역과 수도국산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카페 '미추홀구락부' 등.

요즘 이곳은 여행객들의 필수 순례 코스가 됐다. 아예 카페 방문이 주목적이고 주변 관광지는 온 김에 한번 둘러보는 정도다. 최근 서울의 모 유명여가수가 이들 중 한 카페를 인수하기 위해 타진 중이라는 소문을 바람결에 들었다.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 카페는 든든한 건축자재, 휘황찬란한 인테리어, 고급스런 마감재를 적용하지 않은 한낱 낡은 건물일 뿐이다. 그 가수는 이 카페가 품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 더 나아가 이 동네의 매력에 푹 빠져 과감히 베팅한 것이다.

'낡음'이 돈이 되는 세상이 됐다. 박제된 흔적들에서 이야기를 새롭게 재발견하면서 그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설계도를 그리는 담당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봉급쟁이 창업의 꿈을 무참히 깨버린 경제학자들도 이제 미래 보고서를 쓰기 전에 먼저 신포동 카페를 들러 커피 한잔 마셔보길 권해 본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