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10포로수용소 참극 잊어선 안될 아픈 인천史


6·25전쟁 당시 인천 부평에서 빚어진 반공포로들의 탈출과 집단학살 실상을 보여주는 근거 사진을 인천일보가 단독 입수했다.

인천일보가 최근 확보한 희귀 자료사진은 1953년 6월 18일 부평에서 벌어진 '제 10포로수용소 반공포로 탈출 사건' 자료들이다.

6·25전쟁이 낳은 동족상잔의 또다른 참극이 벌어진 곳은 지금의 부영공원 자리. 1953년 6월 18일 밤 10시쯤 부평 제 10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1486명의 '반공포로'들은 야밤을 틈 타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들 중 무려 40명이 경비원들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또 93명은 중상, 20명은 경상을 입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참상이 벌어지게 된 것은 비무장 포로들이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인해전술' 식으로 수용소 철조망을 넘다가 몸이 찢기거나 걸려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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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반공포로들은 미군 제 44공병대에서 하던 작업을 중지한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저녁 10시쯤 사전 약속에 따라 일제히 탈출했는데 그들 대부분은 '함경도 출신' 동향 포로였기에 거사를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날 거사로, 북한으로의 송환을 거부한 부평지역 반공포로들 중 탈출에 성공한 532명(육군본부 통계)은 이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 직후부터 대두하기 시작한 포로 문제는 남북이 한 치 양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상처로 남게 됐다. 심지어는 '휴전'까지 미루면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계속하게 했던 난제였다.

6·25전쟁 기간을 통틀어 북한군 포로가 가장 많이 늘었던 것은 인천상륙작전 직후였다. 그 중엔 중공군 포로도 섞여 있었다. 훗날 이들의 숫자는 북한군 약 16만 명, 중공군 약 2만 명에 달했다.


전쟁 초기 포로들은 숫자가 적고, 관리당국에 협조적이었으나 계속 포로가 늘어가자 1950년 11월 말 인천 부평에도 수용소가 지어졌다. 그러다가 1951년 1·4후퇴 직전 부평 수용 포로들을 부산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포로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한 것은 1952년 판문점 휴전회담 때부터였다. 포로 송환방법을 다루면서 유엔군은 포로를 군인, 민간인, 북한군, 의용군 출신으로 분류하고 이들에 대한 분류심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유엔군 당국은 북한군 포로와 미군 포로의 맞교환, 전쟁 조기종결 등을 염두에 두면서 오히려 북한군 포로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쪽으로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전국의 포로수용소마다 송환 찬성, 거부 포로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휴전협상 중이던 북한은 '전투행위가 종료되면 억류 중인 포로를 즉각적으로 송환한다'는 제네바 협약을 내세워 무조건 포로를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군에 강제징집된 국군을 모두 석방할 것과, 유엔군 측에 억류된 한국인 포로를 강제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포로수용소는 미군 병참관구사령부가 관할했고 국군은 경비만 맡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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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휴전에 반대하던 이승만 대통령은 "반공포로를 공산 진영으로 남겨줄 수 없다는 이념적 측면, 외교적 주도권 장악, 휴전 당사국인 한국의 입장이 참작되지 않는 데 대한 분노" 등에 따라 그해 6월 6일 "한인 반공포로를 석방하라"고 원용덕 헌병총사령관에게 명령했다. 거사일은 6월 18일 0시로 결정됐다.

"대통령이 내린 반공포로 석방 명령은 은밀·기습을 요하는 일대 모험적 사건이며 하나의 작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공이냐 실패냐도 중요하지만 국군과 미군 간에 유혈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반공포로 석방과 휴전협상' 김행복)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될 인천사의 한 장면이다. 탈출에 성공했던 반공포로가 생존해 있다면 반드시 구술을 받아 후세에 전해야 할 대목이다. 비도서 자료인 사진 한 장 한 장이 증거해 주는 엄정성과 사실성도 큰 충격이다."고 말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