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인천 편집장


불의의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게 된 한 우주비행사가 있다. 그는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식량을 재배한다. 우주선 안에 온실을 꾸미고 화성의 흙을 퍼 와서 자기 똥을 섞어 감자를 심는다. 물은 공중의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만들어낸다. 마침내 감자의 싹이 튼다. "안녕?" 불모지에서 첫 싹을 틔운 경이로운 생명체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곤 외친다. "난 화성에서 제일가는 식물학자야!" 영화 '마션'의 이야기다.

농사 캘린더로 말하면 지금은 소만(小滿)이다. 양력으로 5월21일경부터 약 15일간으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 절기다. 인천에는 3만여명의 농가 인구가 있다. 주로 강화군, 옹진군에서 농사를 짓는다. 동구와 남구에는 농가 인구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것은 공식적인 통계일 뿐이다.

그 지역 골목에는 농사꾼들이 많다. 그들은 모종삽 하나로 작물을 경작한다. 원도심 골목에도 농번기가 왔다. 문 앞에 놓인 화분이나 스티로폼 상자에 손바닥 농사를 짓는 이웃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작물 용기들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나무상자, 낡은 함지박, 중고 냉장고, 부서진 욕조는 물론 심지어 못 쓰는 변기도 동원됐다. 흙을 담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텃밭이 된다. 그 속에서 자란 식물들은 하나의 설치미술과 같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상추, 고추, 가지 등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골목은 도심 속 자연이다. 골목으로 들어온 텃밭의 가치는 먹는 것을 생산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가 메워주지 못하는 생명과 대화를 제공한다. 상추 한 포기의 싹이 터 오르는 순간,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길 가던 사람과 말문을 트게 된다. 이웃과 담소를 나누는 골목길은 공동의 거실로 변한다.

영화 '마션'에는 이런 명대사가 있다. "어떤 곳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 그곳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화성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 원도심 골목은 모든 것과 단절된 '행성'이다. 점점 비어가는 그 골목을 진정으로 정복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이다. 그들은 도시를 치유하는 골목의 식물학자들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