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다 품은 '두 나라' 그 모습 많이도 닮았구나
▲ 적산법화원 동쪽에 위치한 적산명신 광장에서 내려다본 위해시 풍경. 장보고 장군는 1000년도 전에 이 바다에 정착한 신라인들을 지키기 위해 적산법화원을 건립했다.


우리는 서해에서 지는 해를 감상하지만, 그들에게 이 바다는 태양이 솟는 곳이다.

한 바다를 품고 있으나 우리에겐 서해고, 그들에겐 동해다. 한 바다에서 매일 해가 뜨고 진다. 인천에서 서쪽으로 직선을 그으면 닿는 곳은 중국 웨이하이시다.

해안선을 따라 위로 향하면 옌타이시, 남쪽으론 칭다오시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과 같이 서해를 끼고 항만 중심의 경제 성장을 이룬 도시들이니 묘한 동지애도 느낄 법하다.

중국이나 우리나 지금을 이루어내기까지 겪었을 삶의 애환과 고달픔은 서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는 모두 산둥성에 자리하고 있다. 공자, 맹자, 손자, 강태공, 나관중, 왕희지, 장보고…. '인물의 고장'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와 가까워 산둥성의 닭 울음소리가 인천까지 들린다는 말까지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요즘 우리와 저쪽 분위기는 하늘과 땅이다.

인천 경제는 정점을 찍고 주춤하고 있는 반면 칭다오를 중심으로 웨이하이, 옌타이에는 거미줄처럼 도로망이 확장되고 있고, 매일 수 천 개의 아파트와 빌딩이 건설돼 도시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해 뜨는 모습처럼 눈이 부시다. 산업 성장과 함께 이 도시들이 탄탄하게 키워 국제 수준으로 닦아가고 있는 게 관광업이다. '

전 세계 아름다움의 70%는 중국에 있다'는 한 작가의 말대로 거대한 대륙에는 무궁무진한 관광 자원이 있다. 거기다 더해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벌써 호텔들은 세계 어디에도 내놓아도 아무 손색이 없을 정도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작가 펄 벅은 "그들이 빛의 속도로 산업화하고 근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미 50년도 전에.
 
▲푸른 도시 칭다오, 아픈 역사가 관광자원으로

▲ 청도 맥주가 태동할 때 독일인들이 자국에서 가져온 오크 발효통. 오크 나무가 중국에서 워낙 귀하기 때문에 현재 이를 사용해 만드는 맥주는 극히 소수다.


중국 동쪽, 산둥반도에 위치한 칭다오는 말 그대로 푸른 도시다. 유럽 휴양지 같이 깨끗하기로 유명한데, 이유는 독일인들이 지어놓은 유럽식 건물들 때문이다.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칭다오는 아시아지역 독일 동양함대의 근거지로 활용되면서 모습을 변화했다. 칭다오라는 이름도 독일황제가 새로 붙였다.

아픈 역사가 현재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예는 맥주다. 독일의 침략은 가슴 아픈 역사였지만 덕분에 칭다오 맥주가 탄생했다.

칭다오를 세계적으로 알리 수 있던 것도 이 맥주 덕이 컸다.

칭다오 맥주 박물관은 그래서 꼭 들러야 할 여행코스로 꼽힌다. 칭다오 맥주의 역사와 생산 모습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박물관 내방객에겐 작업장에서 갓 제조한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직접 마셔본 사람들은 여기서 먹은 맥주 맛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일 상표 맥주 맛과 조금 다르다고 말한다. 실제로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맥주 빛은 기존에 보던 것보다 더 밝고 맛도 더 부드럽다.

칭다오의 맑고 풍부한 수자원과 독일의 맥주 주조 기술이 만나 탄생한 독특한 맛과 향은 이 부근에서만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칭다오 맥주는 주문자의 요구에 의해 제품을 만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현지 맛과 조금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광과 오락, 미식공간을 한 곳에 갖춘 산둥성 내 유일한 실내 상업거리인 스카이스크린시티도 볼거리다. 아울러 칭다오의 아름다운 건물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신호산, 칭다오 10경 중 하나로 1891년 열강의 침입에 위협을 느낀 청나라가 해군의 화물 접안 기지로 건설한 다리 '잔교', 칭다오 박물관 등도 유명하다.
 
인천과 직선 거리로 가장 짧은 도시 '웨이하이'

▲ 적산법화원 장보고 전기관에 우뚝선 8m 높이의 장보고 동상. 당 무종 때 헐렸다가 한중수교 후 새로 지어진 공간이다.

웨이하이시는 인천과 직선거리로 가장 짧은 곳에 있는 중국 도시다. 또 이 곳은 1200년 전의 신라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웨이하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가면 볼 수 있는 적산법화원에는 장보고 전기관이 있다. 해상왕 장보고가 건립한 일종의 사찰 겸 신라마을이다.

중국 무녕군 소장으로 퇴역해 돈과 명예를 거머쥔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건설하고 동아시아의 해상무역을 총괄했다. 장보고가 적산법화원을 세운 것은 신라인의 안전을 웨이하이서다.

적산법화원 중심부에 우뚝 선 높이 8m 장보고 동상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당 무종 때 헐렸다 한중수교 후 장보고 기념관으로 새로 지어진 공간이다.

장보고전기관 동쪽으로 올라가면 높이 58.8m의 적산명신 동상이 앉아 있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큰 어민 항구로 활용돼 어민들이 많다. 어민들은 항상 적산신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중국 최대의 동상으로 바다의 풍랑을 잠재울 듯 한 위엄이다.

화려한 분수쇼를 자랑하는 연화분수대도 빼놓을 수 없다. 20m까지 치솟는 물기둥은 물론 동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 움직이는 수 십 개 조형물이 범패(불교 음악)와 어우러져 보는 이를 압도한다. 역사와 경치, 다양한 볼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웨이하이의 대표 관광지다.

웨이하이는 최근 인천과 다양한 분야에서 손을 잡으며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천시와 웨이하이시는 지난해 7월22일 인천-웨이하이 지방경제협력 강화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무역·전자상거래 확대, 의료·금융 분야 협력, 관광·문화·체육 교류 활성화 등 7대 분야 41개 과제에 대해 양측 세부협약 체결 및 시범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1월11일에는 양 도시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한 전략협의 MOU를 체결했다.

산둥반도 북쪽 끝 항구도시인 웨이하이는 항구 남서쪽에 중국 해군기지가 있고, 배후부지마저 협소한 데다 주변에 칭다오, 옌타이에 밀려 무역이 부진해 지방 항만으로 머물러 있다고 하지만 인구가 약 280만명에 달한다.

또 옌타이, 대련으로 통하는 항로의 발착점으로 육상교통의 요지로의 기능도 있다. 항만 위축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관광업, 국제 교류 등을 통해 세를 불리고 있다.
 
국내 기업에게 기회의 땅 옌타이, 산업·관광·농업이 조화로운 도시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 지게차 공장과 LG 휴대전화 공장이 진출해 있는 옌타이는 대규모 무역항이 자리한 일단은 항만 중심의 산업 도시다. 해안선 남쪽으로 신도시를 개발중이고, 이에 인접해 대단위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그 길이가 수십㎞에 이를 정도로 정부가 주도해 활발하게 산업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옌타이는 우리에게 지역명을 딴 고량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본래 중국에선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산을 등지고 바다를 끼고 있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중국에서는 드믄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지닌 덕이다. 연평균 기온이 12도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더운 달 평균 기온이 25도 정도다.

2006년 옌타이시가 10대 관광 특구를 정해 관광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매년 미국과 독일, 일본 등 30여 개 나라에서 온 관광객이 10여 만명에 이른다.

중국 최초로 건립된 옌타이산 영사관 유적지나 신선이 노니는 비경을 간직한 봉래각, 풍경이 매혹적인 양마도 등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기반한 관광자원이 많다.

특히 제 1비경으로 꼽히는 금빛 모래 해변인 금사탄은 모래가 부드럽고 햇빛에 반사되면 황금빛으로 빛나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또 해변이 도시 중심에 위치해 있어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언제든지 쉽게 해변을 찾을 수 있다.

공장지대와 항만이 해변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에겐 조금은 부러운 대목이다.

국내에선 잘 모르지만 옌타이는 아시아 최대 와인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7년 국제 포도-포도주국에서는 옌타이시를 포도 및 포도주의 도시로 정식 명명할 정도다. 이에 더해 과일의 집산지로도 유명하고 뿐만 아니라 쌀과 생성의 고장으로 맛좋은 해삼과, 참새우, 전복, 가리비 등을 먹을 수 있다.

옌타이는 중국에서도 주요 산업지역이자 관광도시, 동시에 신선하고 다양한 과일과 해산물 나는 생산단지인 것이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