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평 인천고잔고 교사
▲ 이우평 인천고잔고 교사

이슬람 문화권에서 돼지고기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는 것은 보편적 사실이다. 이슬람교도들의 돼지고기에 대한 혐오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단한데, 어느 날 이슬람 학생이 냉장고 문을 연 순간 돼지고기 햄 통조림을 목격한 이후로 냉장고 문을 절대 열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실 이슬람교도 자신들도 돼지고기를 혐오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알라께서 '꾸란'을 통해 먹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할 뿐이다. '꾸란' 제2장 172~173절에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는 경우는 죄악이 아니라 했으니 알라께서는 진실로 관용과 자비로 충분하신 분이시다"라고 적혀 있듯이 이슬람교는 돼지고기 금육을 계율로 삼고 있다.

알라가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한 것에 대해 학자들마다 내세우는 그 이유가 다르다. 의학자들은 돼지에 있는 기생충이 인간의 몸에 해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돼지는 습성이 불결하고 더러워 잘 씻지 않는데, 이것이 몸가짐이 엄격한 이슬람 사회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외에 무더운 사막기후에 돼지고기가 쉽게 부패해 식중독에 걸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견해와 소, 양 등은 고기 외에 우우, 버터, 양모 등의 부산물을 제공해주지만 돼지는 노역에도 쓸 수 없고 고기 외에 특별한 이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이렇게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유목중심의 이슬람권의 사회적·경제적 특성에 돼지생태론을 접목해보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돼지는 정착농민이 기르는 가축이기 때문에 원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이 기르기에는 부적합한 동물이다.

또한 습한 기후에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낮 기온이 50℃에 육박하는 건조지대에서는 살 수가 없다. 돼지는 잡식성 동물로 곡물을 주로 먹는데, 곡물이 부족한 이슬람 사회에서 돼지는 인간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슬람 사회에서 돼지고기를 금한 것은 이슬람권 사람들이 척박한 환경 속 오랜 유목생활에서 터득한 지혜의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모든 이슬람 사회가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은 아니다. '꾸란'은 굶주렸거나 강제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인정해 아무 고기든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위치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 국민의 80% 이상이 이슬람교도인 이슬람 국가이지만 이곳에서는 다른 나라들처럼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건조지대에서와는 다르게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오히려 심각한 자원낭비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은 민족의 문화나 자연조건에 따라 금기를 다르게 허용하는 것이 이슬람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슬람교를 가장 과학적이며 융통성이 있는 종교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우평 인천고잔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