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달부터 5곳 무대 지정
장비·물품·공연료 등 '전무'
지역제한 예술 족쇄 지적도

'악기·음향장비와 공연물품은 직접 준비해야 함. 공연료 등 실비 지원 없음.'

인천시가 도심을 거리예술로 물들인다면서 예술가들의 '열정 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에 기대고 있다.

공간을 열어줄 테니 공연은 '알아서 하라'는 식인데 오히려 예술가 주머니를 터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다음달 1일부터 10월31일까지 6개월간 시내 5곳의 거리예술구역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거리예술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동인천역 북광장과 주안역 교통광장, 인천대공원 호수광장, 송도 센트럴파크, 인천아트플랫폼이다.

이 지역에선 시가 선정한 예술가들만 공연할 수 있다. 시는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거리예술가를 공개 모집 중이다. 악기 연주와 노래, 마술 등 장르에 제한이 없는 대신 월 1회 이상 무대에 오르는 조건을 내걸었다.

시는 '인천 거리예술가'를 모집하면서 '재능기부'로 진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예술가들이 공연장비를 직접 갖고 와야 하고, 공연료도 지급되지 않는다. 시민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재능봉사 차원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예술가들에게 무대가 주어지는 셈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연주자들이 악기를 갖고 있어도 음향장비까지 갖춘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인천지역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보컬 A씨는 "아무리 거리예술이라지만 제대로 된 공연을 하려면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공연비 지원이 없는데 사비로 장비를 빌려서까지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구역을 정해 거리예술을 허용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거리공연은 보통 예술가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이뤄진다. 서울 홍익대 주변이나 부산 해운대 등지가 대표적이다. 아무런 지원 없이 거리공연을 특정 구역에만 가두면 거꾸로 예술가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거리예술을 하는 사람 대다수가 관련 장비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감상비를 내는 건 허용하고, 지원 필요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순민·김신영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