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무단사용 강제집행"
주민 "수확기회라도 줘야"
인천 연수구 송도지역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에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인 ㈜부영주택이 해당 자리에 인천시민들이 농사 지은 농작물을 모두 철거했다.

주민들은 "수확할 기회라도 줬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한편 부영측은 "권리 행사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부영은 연수구 옥련동 일대 부지 중 일부 농작물이 심겨 있는 땅을 지난달 불도저로 정리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부지는 기존 소유자였던 대우그룹과 대우자동차판매㈜가 그룹 해체와 파산을 거듭하는 사이 영상테마파크나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등 계획했던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며 오랫동안 나대지로 비워져 있었다.

그 동안 몇몇 시민들이 이곳에 농사를 짓고 있었다. 마늘과 양파, 토마토 등 온갖 작물을 심었으며 규모도 상당했다.

주민들은 10년동안 약 30명의 사람들이 농작물을 거둬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부영그룹이 이 부지를 3150억원에 사들이며 땅 주인이 바뀌었다.

부영측은 해당 구역 곳곳에 점유자들에 대한 퇴거 안내문을 붙이는 한편 불법 점유자에게 압류와 주거침입, 손해배상 청구, 주거침입·업무방해 등으로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농작물이 심어져 곱게 다져진 농지도 깡그리 철거했다.

이를 안 주민들은 "오랫동안 지은 농사가 하루아침에 날아갔다"며 "겨울철에도 수확이 가능한 작물만이라도 거둘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또 착공하기 까지 여유가 있는데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농작물만 갈아엎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영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엄연한 무단 사용으로 한동안 자진 퇴거 요청을 했지만 소용이 없어 강제 집행 했다고 설명했다. 부영주택은 올해 6월까지 인천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그 후에 착공을 시작할 수 있다.

부영 관계자는 "농사 지은 이들은 2명밖에 되지 않았고 그동안의 불법 이용료만 받아도 상당하다"며 "착공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작업했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