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하대 후문 쪽에서 우연히 '추억'을 만났다. 기억 속에서 지워진 '계란빵'을 사먹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대학시절로 돌아갔다. 한 때 인하대생이라면 '계란빵 학점'과 '당구 학점'을 꼭 따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필자는 다른 학교를 다녔지만 방학 때마다 인하대에 가서 토플특강 등을 들었기에 길거리에서 이 두 학점을 자연스럽게 '이수'했다.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빵 속에 잘 익은 계란 하나가 통째로 들어있는 계란빵은 한 개 100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개면 한 끼를 거뜬히 때울 수 있었다. 80년대 초 인하대 후문 노점에서 처음 접한 그 빵은 다른 지역에서는 맛 볼 수 없었던, 순전한 '인천산(産)'이었다. 현재 그 빵은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구워지고 있다.

2008년 인천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빵(화과자)을 브랜드화했다. 그때 탄생한 것이 '해노랑'이다. 인천의 한 제과명장이 개발한 것으로 강화의 속노랑고구마가 앙금으로 들어있으며 인삼 특유의 향이 풍긴다.

필자는 브랜드 선정위원으로 참석하면서 해노랑과 처음 만났다. 시민 대상 브랜드 공모에는 1000여건의 이름이 접수됐다. 태양과 바다를 뜻하는 '해'와 주재료인 속노랑 고구마에서 착안한 '해노랑'이 위원들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최근 인천시는 가치 재창조의 하나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상표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냥 짜장면, 쫄면이 아니라 '인천짜장면' '인천쫄면' 등의 식이다. 이들 음식은 멀리 싸갈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전파력과 파급력이 약하다. 부산의 씨앗호떡, 경주의 황남빵, 횡성의 안흥찐빵, 군산의 중동호떡, 천안의 호두과자 등은 '하나는 현장에서 먹고 하나는 꼭 집으로 싸오는' 대표적인 간식들이다.

짜장면, 쫄면과 함께 계란빵과 해노랑을 브랜드 상품화해 보는 것이 어떨까. 맛과 스토리에서 다른 지역 간식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접근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지역 상인회와 협력해 전략적으로 먼저 '쇼케이스'를 개설해보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신포동에 계란빵 가게, 인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방문하는 차이나타운에 해노랑 매장을 내봄이 어떨까. 인천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혀끝으로 인천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그 뒤끝은 오래간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