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거품이 터지는 날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몸살을 앓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상하이(上海)시에서 한 남자가 약 400만 위안(약 7억3천만 원)짜리 부동산 물건을 사러 갔다. 부동산회사에 도착하자 420만 위안으로 20만 위안(약 3천6백50만 원)이 올랐다고 한다. 밤새 고민한 끝에 다음날 계약하러 갔더니 다시 430만 엔으로10만 위안(약 1천825만 원)이 또 올랐다고 한다."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시에 있는 신축맨션 쇼룸. 안에 들어가 보려는 희망자가 쇄도해 제비뽑기해 사람을 들여보낸다. 한 여성이 운 좋게 쇼룸에 들어갔지만 허용된 시간은 불과 3분. 전체 124가구의 평균 가격은 200만 위안(약 3억6천500만 원)이지만 30분 만에 다 팔렸다."

1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현지 신문에는 요즘 거의 매일같이 이런 부동산 광풍 관련 기사가 실리고 있다. 가격 폭등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것. 무대는 주식시장이 아니라 '1선 도시'라고 불리는 대도시 주택시장이다. 

1선 도시는 베이징(北京), 상하이, 톈진(天津), 충칭(重慶) 등 4대 광역시와 광둥 성 선전(深천<土+川>) 등을, 2선 도시는 31개 성·시·자치구 정부의 성도(省都)급 중심 도시를 가리킨다.

선전 시의 경우 지난 1년간 부동산 가격이 53% 올랐다. 한창때 도쿄(東京)의 부동산 버블기 저리 가라는 급등세다. 상하이시는 21%, 베이징시도 11% 상승했다.
 
선전 시에서는 주택의 방이 몇 개냐 라던가 해가 잘 드느냐 하는 조건은 부차적인 문제다. 신축주택의 90%가 발매와 동시에 완판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선전 시 중간층의 월평균 소득은 8천 위안(약 146만 원)이지만 주택융자 상환액은 월평균9천 위안(약 164만 원)에 이른다.

상하이에서는 시민들이 집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시내 각지에 있는 부동산거래센터에는 세금 문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광경도 드물지 않다. 경비원 여러 명이 동원돼 새치기와 혼란을 막기 위해 수백 미터에 이르는 줄을 따라 철책을 설치하는 곳도 있다.

이런 부동산붐은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의 종합지수는 각각 작년 6월의 고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대표적 부동산관련주로 구성되는 'CSI300 부동산지수'는 작년 6월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서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기 중인 7일 상하이시 인민대표(人大) 회의를 열고 "상하이 주택시장 열풍이 비이성적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고 경고했다. 

황치판(黃奇帆) 충칭(重慶) 직할 시장도 "주택재고 해소를 위해 은행 대출 등 차입금융거래를 늘리는 것은 정책 취지에도 어긋나고, 경제에도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전 시의 마싱루이(馬興瑞) 당서기는 주택공급을 늘려 가격상승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2012~2013년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 당국이 과세강화책 등을 동원해 폭등세를 진정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부동산 관련 산업 의존도가 높아 이번에는 자칫 경기 전체를 냉각시킬 우려가 커졌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 가을 이후 금융완화책을 잇달아 실시해 넘쳐나는 자금이 작년에 상하이 주가를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밀어 올렸었다. 그 돈이 이번에는 대도시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체로 보면 부동산 시장은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이전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던 부동산개발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는 주택재고가 쌓여 처분에 애를 먹고 있다. 부동산 재고는 2월 말 현재 약 740㎢에 달한다. 전인대에 참석한 대형 부동산업체 화난청(華南城)의 량만린(梁滿林) 회장은 "재고를 줄이다 보면 많은 지방도시에서 부동산 시세가 사상 최저 권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민은행은 1선도시 이외 지역에서 주택융자를 받을 때 계약금 최저비율을 종전30%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에서는 대학졸업 후 5년 이내에 집을 살 경우 계약금 없이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1㎡당 200위안(약 3만6천 원)의 보조금을 조건부로 제공하는 등 부동산시장 부양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5대 도시의 경우 최저계약금 비율이 30% 그대로지만 인구유입으로 애초 일정 규모의 수요가 있는 데다 가격이 상승세이고 보면 돈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계약금용 론(융자)이 버블 붕괴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계약금은 금융기관과 빌리는 쪽 모두의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인데 이 돈조차 빌리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중개회사나 부동산 개발회사가 빌려주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규모는 알 수 없으나 1조 위안(약 18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리가 10%를 넘지만, 현지 미디어에 따르면 이용자가 전체의 30%에 이른다.

당국도 부동산 거품의 위험을 알아차리고 늦었지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판공성(潘功勝) 인민은행 부총재는 "허가받지 않은 부동산 중개회사나 부동산개발회사의 융자업무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선전 시와 상하이시도 이런 위험한 관행의 실태조사에 나섰다. 실제로 몇몇 대형 부동산 중개업체와 개발업체가 융자업무 취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주택론이 은행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며 아직 융자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는 건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장기투자가가 많지 않은 중국에서는 개인의 투기자본이 위력을 발휘한다. 이들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오른다고 생각하면 한꺼번에 그쪽으로 몰려 거품을 형성하고 당국이 개입해 거품이 터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다. 이번에도 과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