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애몽, 몽몽틴, 몽몽A, 몽윈몽, 몽틴몽…. 축구 올드팬이라면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축구의 맹주는 버마(미얀마)였다. 태국 킹스컵, 말레이시아 메르데카배, 그리고 한국이 창설한 박스컵 대회에서조차 우리는 그들에게 번번이 무너졌다. 단거리 육상선수만큼 날렵하고 발재간이 좋은 그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 때는 축구 경기가 '국민총화'의 장이었던 시절이다. 버마와의 경기가 패배로 끝나면 TV브라운관 앞에 모였던 우리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은 그 '몽'자 돌림 선수들에게 욕설을 퍼붓곤 했다. 그들과 외모와 체격이 비슷한 베트남 축구선수 쯔엉이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2016시즌 K리그에서 뛴다. 국내 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베트남 선수다. 그의 인기는 베트남에서 하늘을 찌른다. TV 광고 모델로 출연했고 축구 만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다.

쯔엉은 한국에 있는 베트남인들에게 위안과 희망이 될 것이다. 남동산단 등 인천에는 4만 명가량의 베트남 근로자가 일하며 한국 전역에는 10만 명 이상의 베트남인이 살고 있다. 7, 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한 차범근의 통쾌한 슛이 그곳에서 일하던 파독 간호사들과 광부들의 노고와 설움을 한방에 날려 보냈던 것처럼 국내 거주 베트남인들은 그의 활약을 보며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쯔엉의 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인 중에는 아직도 맹호부대의 '맹'자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구단에서 베트남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서포터즈단을 구성해 보면 어떨까. 쯔엉 유니폼을 입은 베트남인들과 참전전우회원들이 인천축구전용구장 '숭의그라운동장'에서 한데 어우러져 베트남의 아들이자 인천의 아들인 그를 응원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씻김굿이 될 것이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가 베트남 현지에 중계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TV를 통해 이 장면을 보게 될 베트남 국민들은 감격해 하며 50년 구원(舊怨)을 말끔히 씻어낼 것이다. 버마 선수들의 '몽'자 돌림은 유부남에게 붙는 호칭이라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됐다. 증손자까지 볼 나이가 됐을 그들에게 꼬맹이 시절 애꿎게 욕을 퍼부었던 것을 이제야 사과한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