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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맹모(孟母)들도 호화 학군에 집착하는 것은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다 쓰러져가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시청(西城)구의 원창(文昌) 후퉁(胡同·골목)의 11.4평방미터(㎡)의 주택이 ㎡당 46만위안(8천599만원), 총 530만위안(9억9천만원)에 팔렸다고 중국 앙광망(央廣網)이 3일 보도했다.

앙광망은 해당 주택이 원창지역의 골목 깊은 곳에 있는 볼품없는 외딴 주택으로오래되어 허물어져가는 데도 최고가로 팔렸다고 전했다.

원창 후퉁은 베이징의 뒷골목이 대부분 그러하듯 전통적인 사합원(四合院) 양식의 주택이 많지만, 한눈에 빈곤이 묻어나는 판자촌을 연상시키는 소규모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다.

베이징의 심장이라고 할 톈안먼(天安門) 서쪽 3㎞ 지점에 있는 원창 후퉁은 주변에 대형 건물로 둘러싸여 재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그런 기미는 없는데도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이런 '마술'의 비밀은 바로 학군이다.

원창 후퉁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중국 최대 명문인 베이징제2실험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얼샤오(二小)'로 불리는 이 학교는 1909년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푸이(薄儀)가 세웠다. 중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 수소탄, 인공위성)의 아버지 첸쉐썬(錢學森)을 배출했고, 중국의 지도자의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
 
초등학교 때부터 명문학교를 다님으로써 중·고교, 대학까지 수월하게 진학토록 해 자녀를 출세시키려는 부모의 바람이 원창 후퉁의 집값을 중국 최고로 올려놓는 가장 큰 요인인 셈이다. 

여기에 '관시(關係)'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에서, 자신의 자녀가 어릴 때부터 고관대작 또는 돈 많은 기업인의 자녀와 친구가 되도록 하려는 의지도 있는 듯하다.

원창이라는 이름값도 집값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옛날 중국에서 과거시험을 치려는 선비들은 모두 원창에게 장원급제를 하게 해달라고 빌었을 정도로, 원창은 공부의 지존으로 통한다.

중국에서 유명한 학교가 있는 학군 좋은 주택을 쉐취팡(學區房)이라고 부르는데, 베이징에는 원창 후퉁 이외에도 물 좋은 쉐취팡은 여러 곳에 있다.

앙광망은 "원창 후퉁의 집값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교육자원의 불균형이 쉐취팡의 '광풍'을 떠받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