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궤서 국철 크기 변신...전구간 지하 역과 역 2분

▲ 43년 만에 재개통된 수인선 인천 구간. 오는 27일 정식 개통을 앞두고 24일 인천 송도역을 출발한 전동차량 기관사가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10시50분 인천 연수구 송도역 승강장. 수인선 열차가 레일 위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43년 동안 막혔던 철길을 달릴 6량짜리 열차는 힘차게 경적을 울렸다.

송도역에서 시운전 점검을 마친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종착지는 인천역. 수인선 송도-남인천(지금의 숭의역) 구간은 지난 1973년 7월13일 폐선됐다. 다시 뚫린 기찻길은 낯설지만 익숙했다.

부활한 수인선은 열차 폭부터 달라졌다. 예전 수인선 협궤(좁은 궤도) 열차는 마주보고 좌석에 앉으면 무릎이 맞닿을 정도였다. 궤도 간격이 76.2㎝에 불과해 '꼬마 열차'라는 별명도 붙었다. 새로 수인선을 달리는 열차 궤도 간격은 143.5㎝로 국철과 같다. 좌석에서 서로 다리를 곧게 펴도 닿지 않는 너비다.

열차는 이내 주택가를 지나 터널로 접어들었다. 오는 27일 개통하는 송도역-인하대역-숭의역-신포역-인천역 구간은 열차가 지하로만 달린다. 창밖에선 풍경 대신 전등만이 이따금 반짝였다. 그리고 어둠을 뚫고 2분마다 새로운 승강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인선은 43년 전보다 속도도 빨라졌다. 예전 협궤 열차를 타고 인천에서 수원을 가려면 1시간 40분가량 걸렸다. 내년 한대앞-수원역 구간까지 수인선이 완전 개통하면 인천역에서 수원역까지 55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이번 역은 신포역입니다."

신포역사 내부는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끔 먼지가 흩날렸지만 하얀 벽으로 말끔히 단장한 모습이었다. 계단을 오르자 출구를 알리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인천항 제1부두로는 1번 출구, 신포동 주민센터로는 3번 출구가 자리했다. 신포역 개찰구 양 옆으로는 인천항과 중동우체국(옛 인천우체국)을 담은 구릿빛 벽화가 들어섰다.

송도역에서 열차를 탄 지 10여분 만에 인천역에 다다랐다. 역사 내부는 차이나타운 패루와 옛 인천역이 그려진 벽화가 장식했다.

수인선 끝인 인천역은 경인선과 만난다. 수인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0m만 이동하면 국철 1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다만 수인선이 제 모습을 갖추기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지하 역사와 달리 지상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주민 편의를 위해 우선 개통하고 도로는 5월 말까지 완벽하게 복구할 계획"이라며 "통행로를 따로 마련해 이동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송도역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비친 승강장에는 개항 당시 모습을 품은 아치형 붉은 벽돌이 쌓였다. 43년 만에 마주한 수인선은 역사마다 인천의 역사를 품고 있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