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정사」가 주부들 사이에 화제다. 이유는 11살이나 연하인 동생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지는 39살의 주부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영화관에 가보니 관객들 또한 비슷한 연령의 여성들인 것으로 보아 확실히 이들에게 이 영화는 관심의 대상인 것 같다.

 대개 여성들이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사」는 목적을 이루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매사에 부족할 것이 없어보이는 가정주부가 11살이나 어린 남자에게 연정을 느끼는 것이나 동생의 약혼자와 육체관계를 가질 때 한국적 정서를 가진 여성관객들은 일단 여주인공에게 비난의 눈초리를 보낸다. 다시 말하면 주인공의 입장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극장 여기저기에서 「말도 안돼」라는 소곤거림이 들린다.

 예술에 문외한 일지라도 일단 작품에 몰입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더구나 대리만족을 느끼려면 철저히 주인공과 자신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러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 어떤지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을 감상하는 잣대는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한국의 관객은 늘 법적·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는 미혼 남녀의 연애담만을 보게될 테니까. 언론을 통해 영화의 줄거리가 거의 다 공개된 마당에 한국영화 「정사」를 즐길 자신이 없다면 굳이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화 한편 보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한 이 땅의 여성관객에게 자유로운 감상은 요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