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랫가락 때문일까? 차의 두 줄기 불빛이 뻗어나가는 저만치에서 성복순 동무의 모습이 또 다가오는 것 같더니, 아랫도리에서 꼬투리가 다시 포장을 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얼마나 거세게 성을 내는지 오른쪽 다리를 움직여 제동기 발판을 밟아댈 때마다 낭심에 말뚝이 박혀 있는 듯한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런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스쳐갈 때마다 허연 앗짜(젖가슴)와 음모가 가무잡잡하게 돋은 옹고지의 불두덩을 만져 달라고 손을 끌어당기던 성복순 동무의 얼굴이 신기루처럼 어른거리면서 흘러갔다. 인구는 그런 환영들을 쫓으려고 먼지를 털 듯 고개를 탈탈탈 흔드는데 강철호 그 자식은 눈치도 없이 나타나 『야, 곽인구 ! 너 그 에미나이하고 라체오락 해 봤어, 안 해 봤어?』하고 마치 신문하듯 캐물으며 따라와 사람을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철호 자식이 보초 서면서 그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 주어야 좋을까?

 인구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웃었다. 그러면서 사관장의 잠든 옆모습을 힐끗 훔쳐보았다.

 마음 같으면 성복순 동무와 해봤다고 사실 그대로 털어놓으며 자랑하고 싶지만 사관장과 한 약속이 마음에 걸렸다.

 『오늘 있었던 일은 동무와 나만 아는 일이다. 그리고 이 약속은 저승에 가서도 지켜야 한다. 만약 보위부 놈들 귀에 들어가면 우리는 공개총살 돼. 알갔어?』

 그렇게 다짐을 받던 사관장의 물음에 약속만 하지 않았어도 그 황홀한 순간들을 털어놓을 수 있으련만, 이제는 어떠한 상황이 다가와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입안에 괸 침을 꿀꺽 삼켰다. 성복순 동무의 뽀얀 앗짜를 조물락거리다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요동치듯이 뽐뿌질을 해댄 낮의 그 광경은 일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되어 철버덕거리던 그 순간들을 생각할 때마다 입에서 단내까지 풍기는 느낌이 들었다.

 난 평생 오늘 일은 잊지 못할 거야.

 인구는 진저리치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바른손으로 허벅지께를 주물러댔다. 꼬투리가 너무 오랫동안 성을 내고 있어서 그런지 아랫도리 전체가 뻐근하게 저려오면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사히 부대에 도착할 때까지 낮에 성복순 동무와 가진 나체오락 사건은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는데도 그 황홀했던 첫경험의 순간들은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지워버리려고 애를 쓰면 더 지독하게 온 몸의 말초신경들을 자극해대는 느낌이 들었다.

 사관장도 그랬을까? 인구는 자고 있는 사관장을 보며 또 혼자 생각에 잠겨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