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 인천공항 지하철 가이드 인터뷰

복잡한 노선도 혼란 외국인 방문객에 8년째 봉사
5개국어 간단한 회화 구사·역무원 일손절감 활약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 인천국제공항 일반열차 매표소에는 '곤니치와', '니하오'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8년째 인천공항 지하철에서 외국인을 돕는 가이드 윤영(82·사진)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

낯선 한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어리둥절해하는 외국인에게 먼저 미소로 다가가는 그를 만났다.

"제가 배운 외국어를 이용해 봉사할 곳을 찾다보니 인천공항이 생각나 봉사를 시작하게 됐죠."

일본에서 태어나 10살 때 한국으로 온 윤 선생은 자연스레 외국어를 접하게 됐다. 외국어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한국종합무역센터에서 해외 전시회가 열리면 무작정 찾아가 외국인에게 말을 걸며 외국어를 배웠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사우디아라비아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간단한 회화 정도지만 외국인들에게 지하철을 안내하는 데 무리는 없다.

윤 선생 덕분에 이 곳 역무원들도 일손을 덜었다.

한 역무원은 "항상 감사한 마음이죠. 워낙 친절하시고 유쾌하셔서 외국 관광객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왕 봉사하는 거 서로 웃으면 더 좋죠." 그는 앞서 2003년부터 4년간은 서울 신길·시청역과 경기 김포역 등에서 지하철지킴이를 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각 역마다 특색있게 봉사했다. 시청역에서는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짧은 영어를 던지며 외국어에 자신감을 키워줬다.

신길역에서는 질서를 잘 지키는 시민들에게 사비로 산 자일리톨 껌을 선물로 줬다. 또 김포역에서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조건 먼저 웃으며 인사했다.

그는 "나중엔 시민들이 먼저 인사하더라"면서 "작지만 큰 변화에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이성희 공항철도 부사장(현 대표)이 '고객감동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라는 표찰까지 받았다. "죽는 그 날까지 사람답게 살고 봉사하는 게 제 꿈이에요."

윤 선생은 외국인들이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할 때 가장 보람차다.

그는 봉사를 하면 나이 먹은 사람이라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윤 선생은 "가끔 한국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반말을 하는데 고쳐야 한다. 또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남에게 미루는 모습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를 잊은 그의 모습에서 젊은이가 배워야 할 삶의 자세를 느낀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