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백석예술대 교수
▲ 이은미 백석예술대 교수

문화가 대세다. 문화융성, 문화창조, 문화재생 등 문화를 표방하는 새로운 용어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집중 조명되고 있다. 문화가 각광받는 시대, 과연 예술가들은 행복할까? 문화예술인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능력을 펼칠 때가 왔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정부는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예술 전공 대학 졸업생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2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미래의 불안감으로 초조한 학생들의 상담이 부쩍 늘어난다.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일상에서 말들은 어느덧 영혼 없는 멘트로 전락하고, 감당할 수 없는 미안함은 이내 수치심으로 환치된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K-POP의 해외진출과 가수들의 다양한 활동들로 전국 대학의 실용음악 전공은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졸업 후의 활동은 오로지 개인 역량에 달려있다.

요즘 공연예술계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연계하거나 전시와 접목한 공연, 다른 장르와 융합한 시도들을 하면서 시장은 점차 커가고 있지만 예술가들의 생활 환경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 공연예술가들은 창작활동의 재원마련을 정부지원에 많이 의존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연예술단체 예산의 정부의존도는 80% 이상이다. 단체들은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수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일반인들은 공연관람을 거의 하지 않으며 기업들도 일반적인 공연예술가들이나 단체에 대한 기부 또는 협찬에 인색하다. 소수 유명인들만 대중 또는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일반 창작 예술인들, 특히 청년 예술인들은 기업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실업에 대한 문제가 커지면서 다양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문화예술분야에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청년 예술가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활동기반이 마련되지 못해 청년예술가들이 직업을 포기하고 편의점 알바, PC방 알바로 예술활동이 막힌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더라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이루지 못 할 것이다.

대중예술분야나 순수예술분야나, 청년예술가들의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원강사, 개인렛슨으로 생계를 마련하고 있는 우리 청년예술가들의 재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예술가들이 정부지원을 신청할 때 기존 공연실적이 없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3년간의 실적 그리고 자부담 10%는 청년 예술가들에게는 너무나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특히 정부의 지원금에서 10%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자부담은 이제 갓 예술가로 활동을 시작하는 그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은 실수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실수와 실패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는 청년들의 이러한 과정을 지켜봐주고 응원해줘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청년실업해소와 청년예술가들의 발굴을 위해서는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는 제도부터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예술가들이 기 펴고 살 수 있는 시기가 오길 올해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이은미 백석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