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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핀 까만 꼬치 보이/ 한심하기 짜기 업따 / 이도 문드러지고 / 틀니를 해노으/ 이가 쑥 둘러 빠질까바/ 자꾸 손이 올라간다 // 혼자 이스이 한심하고/ 따라가라카이 가기실코/ 얼굴에 까만 꼬치 빨가만 조캐다/ 살라카이 그리치 눈물이 날라카다 강금연 시 '검버섯'

인터넷 '다음'의 뉴스펀딩에 실린 이 시는 칠곡에 사는 82세 강금연 할머니가 쓴 시다. 뒤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뒤, '검버섯'을 쓴 할머니의 시는 그대로의 순정한 어르신의 마음이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 할머니는 절로 한숨을 내쉰다. 이가 문드러져 틀니가 빠질까봐 걱정이고, 혼자 있자니 한심하고 자식에게 신세 지기는 싫고, 조금만 더 젊었으면 하는 마음에 까만 검버섯이 빨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살려고 하니 저절로 눈물이 난다는 진술이 가슴 아프다.

재작년 우연한 기회에 어르신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물웅덩이에서 수영하고/ 밭두렁에서 까마중 따먹고/ 들판에서 삘기 뽑아 먹고/ 넓은 들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리운 시절/ 얼굴에는 주름 가득해도 내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고 '언제나 청춘' 시를 쓴 서정림 어르신은 목소리가 괄괄하셨다. 시를 낭송할 때, 힘을 주어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고 외치던 목소리가 생생하다. 남편과 배를 타고 인천 앞바다로 나가 험한 뱃일을 해서 자식들을 키워낸 어르신이었다.

강금연 어르신이 청춘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여드름처럼 검버섯이 빨가면 좋겠다거나, 신정림 어르신이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고 외치는 속에는 언제나 삶에 대한 애착이 있다. 나는 살려고 하니 눈물이 나는 삶에 아직 가닿아 있지 않다. 다만 이 새벽, 새삼 삶이란…, 하고 생각한다. '가혹하다'라는 말도 떠올린다. 갈수록 사는 게 더 팍팍해진다는 말들이 많다. 모진 생을 살아왔으면서도 우리는 또 그 생의 한 파편을 쥐고 살아간다. 이 새벽 다만 붙들고 살 수밖에 없는 그 파편이 가혹한 운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나온 것이길 비는 마음은 새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