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 인천섬연구모임 연구원
▲ 최인숙 인천섬연구모임 연구원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육당 최남선이 1908년 '소년' 창간호에 게재한 근대적인 시이다. 미래의 주인공이 될 소년에게 대륙이 아닌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근대문명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서양의 먼 바다로부터 폭발적 힘을 가진, 새로운 문명이 밀려오고 있음을 예언하고 있다.

1885년 4월5일 부활절은 한국 개신교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날이다. 감리교의 아펜젤러와 장로교의 언더우드가 제물포항을 통해 선교사 신분으로 조선에 입국했기 때문이다. 이는 고종이 1884년 매클레이 목사에게 의료와 교육사업을 할 수 있도록 윤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을 파송함으로써 개신교는 조선에서 의료와 교육을 통한 선교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바다로부터 온 근대의 물결은 이전 세대가 가지고 있던 봉건적 사유와 문화 그리고 문명까지 완전히 변화시켰다. 봉건적 신분체제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은 부서지고 무너져버렸다. 누구나 하나님을 믿으면 내세에 구원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퍼져나갔다. 기독교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근대적 사고를 가능케 했다.

학교와 병원을 통한 선교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줬고,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신자 수가 점차 늘어났다. 마침내 1887년 10월 조선에 첫 한국교회인 정동장로교회(현 새문안교회)와 감리회 정동교회(정동제일교회)가 세워졌다.

인천의 섬들은 유난히 감리교단이 우세하다. 조선에서 선교를 처음 시작할 무렵 미국 감리교단과 장로교단 사이에 선교지역 분할에 대한 약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888년 아펜젤러는 언더우드와 함께 선교여행을 다니면서 두 교단간의 충돌을 염려해 선교지역 분할을 제한했고, 1892년 성사됐다.

인천, 원산, 부산 등 개항장과 서울, 평양 등은 공동선교구역으로 삼고, 먼저 선교를 시작한 선교부가 우선권을 가진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美 북감리회는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평안도, 황해도 일부 등 서부지역을 선교지역으로 확보하게 됐다. 강화도 등 인천앞 바다 거의 모든 섬에 100년이 훨씬 넘는 감리교 교회들이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인천의 섬들은 황해도와 경기도는 물론 충청도 등 서부지방으로 나아가는 뱃길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섬에 감리교가 일찍이 전파된 것도 선교여행을 하는 데 해상교통이 더 편리했기 때문이다.

인천의 섬을 다시 보자. 섬이 가진 고유한 문화와 생태, 물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특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보자. 개신교 전파의 구심점이 된 인천의 섬들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순례자의 길을 만들자. 각 섬마다 처음 설립된 교회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선교를 위해 애쓴 교역자는 물론 매서인과 전도부인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각 섬의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하자. 섬에 방치된 옛 교회의 흔적도 되살려 보자.

이러한 관심과 노력은 비단 개신교뿐 아니라 천주교, 불교, 유교는 물론 민간신앙에도 두루 확장돼야 한다. 강화도 전등사와 정수사, 석모도의 보문사 등은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교동도의 향교를 한자교육이나 전통예절을 익히는 교육기관으로 활용하거나, 폐허처럼 방치된 교동도의 상룡리 예배당과 덕적도의 회룡동 예배당, 북리의 옛 천주교 공소 등을 정비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여름성경학교나 피정 장소로 활용하거나 기념관으로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덕적도와 교동도에 최분도 신부 기념관과 박두성 기념관을 만들어 이들의 숭고한 정신과 업적을 기릴 수 있도록 하자. 건물을 굳이 새로 짓지 않더라도 방치된 옛 교회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각 교파나 종단별로 인천 섬을 연계하는 성지순례 지도를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천의 관광자원, 특히 섬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하다. 섬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의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섬을 연구하고 이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세워 이를 하나씩 실현해야 한다. 개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조급증으로 반짝하는 단기 성과만을 노려서는 더욱 안 된다. 섬 주민과 더불어 상생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최인숙 인천섬연구모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