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955_57095_132.JPG
▲ '히말라야' 포스터


"우리 산쟁이는 정복이란 말 안씁니다. 운좋게 산이 허락해서 산에 잠시 머무는 거죠."

‘히말라야’의 가장 명대사로 꼽히는 대사다. 윤제균 감독이 제작한 '히말라야'는 박스오피스 1위 정상에 3주 연속 ‘머무르는’ 중이다.

'히말라야'를 연출한 사람은 분명 이석훈 감독이지만 많은 이들은 '히말라야'를 윤제균 감독의 작품으로 알고 있다. 윤제균 감독은 '히말라야'의 제작, 각색에 참여했다.

영화의 제작, 각색, 연출, 각본, 편집 등 분야별로 감독이 나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는 연출을 맡은 감독을 먼저 떠올린다. 그럼에도 '히말라야' 하면 윤제균 감독이 떠오르는 무엇일까?

먼저 '히말라야'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 제작사 JK필름이 제작을 맡았다. 또 윤제균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고 인터뷰에 따르면 윤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본 뒤 이석훈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 만큼 그의 색깔이 많이 묻어나게 됐다.

다만 흥행 돌풍 중임에도 이 영화가 윤제균 감독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두사부일체', '해운대', '국제시장' 등 여러 편의 흥행작을 발표한 윤제균 감독의 작품들에는 늘 비슷한 공식이 따른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관객들에게 익숙한 '감동 포인트'로 신파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담긴 신파 장면이 상당히 많다. 이에 이석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 자체가 갖고 있는 슬픔이 있지만 감히 '억지 신파'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진정성을 강조한 바 있다.

 

 

'히말라야' 박스오피스 정상에 머물렀다가 3주 연속 눌러앉다

히말라야’의 저력은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마저도 눌렀다.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간 ‘히말라야’는 아직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윤제균 감독 제작, 이석훈 감독 연출의 '히말라야'는 주말인 1~3일 전국 952개관에서 상영돼 관객 124만2684명을 모아 648만8017명을 기록했다.

그 뒤를 '내부자들'의 흥행에 뒤입어 개봉한 감독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과 인기 드라마 '셜록'의 극장판 '셜록:유령신부',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2'가 잇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개봉한 뒤 18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히말라야'는 어느덧 7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엄홍길 대장의 '휴먼 원정대'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실화 배경이라는 특징이 더해져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배우·제작진, '진정성' 그려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나

주연을 맡은 황정민부터가 관객들에게는 ‘진정성 배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차려준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만 얹었을 뿐”이라는 수상소감으로 유명한 황정민은 윤제균 감독의 전작 ‘국제시장’에서도 진정성있는 연기로 천만 관객을 모았다.

특히나 '히말라야'는 실화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진정성'을 표현하려 매우 공을 들였다.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이 에베레스트 등반 후 하산하던 과정에서 조난을 당한 후배 산악인 박무택(정우 분)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결성한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담은 이 영화는 배우들의 고생으로도 유명하다.

정우는 영화 속의 떡진 머리와 까매진 피부는 분장이 아니라 실제 모습이라고 밝혔다. 황정민은 제작발표회에서 "정우는 고소증(일정한 높이의 고소에 이르렀을 때 기압, 산소, 기온 등의 저하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리적 증상)에도 불구하고 촬영 때문에 하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석훈 감독에 따르면 실제 히말라야에서 촬영하기 위해 걸어서 이동하고, 씻지 못하는 데다 해발 3500M 이상의 높은 고도에 신진대사가 달라져 힘든 촬영을 했다고 한다.

'히말라야' 포스터에 담긴 황정민의 얼굴은 이런 고생과 함께 진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충혈된 눈가에 맺힌 눈물과 진정성 있는 미소, 얼굴에 붙은 얼음 조각들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관객들은 '엄지 척' 전문가들은 5.63 '짠 평점'

개봉 이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충분했으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짠 평점'과 혹평을 내렸다.

기자·평론가들의 네이버 기준 평점은 5.63(10명 참여)으로, 실화의 영화화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잡았다는 평가도 있으나 윤제균 감독 특유의 '신파' 느낌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았다.

한 기자는 휴먼 코미디에서 신파로 향하는 이미 익숙한 플롯을 꼬집었으며 이 영화를 '신파 산악 영화'로 평가하는 글도 있다.

반면 많은 관객들은 "신파와 감동은 한끗 차이"라며 영화관에서 받은 감동이 '억지 눈물'이 아닌 진정성이었다고 평가한다. 같은 '눈물'이라는 요소에 대한 비판과 호평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히말라야'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의 몫으로 맡긴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