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쯤(7)

 부엌 개시대(싱크대) 앞에는 벌써 조반상이 차려져 있었다. 하얀 입쌀에다 드문드문 옥쌀(강냉이쌀)이 섞인 밥그릇 옆에, 두부와 대파를 썰어 넣고 끓인 명태국이 풀풀 김을 뿜어 올리고 있었다.

 인화는 얼른 세면장으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왔다. 그때 요강을 비우러 나간 손씨가 공동 세면장에서 요강을 깨끗이 씻어 거실로 들어왔다. 정남숙은 시어머니가 잘 먹는 신포 명란젓을 들고 나오며 손씨를 불렀다.

 『어머님, 아범과 같이 진지 드세요.』

 『그래. 같이 먹자구나. 어멈도 어서 오너라.』

 네 사람은 조반상 앞에 마주 앉았다. 곽병룡 상좌가 명태국을 한 술 떠서 후 불어 맛을 보며 손씨를 바라보았다.

 『오마니, 어서 들어보시라요. 국맛이 참 좋습네다.』

 『그래, 두부는 어디서 놨네?』

 손씨가 두부 토막을 한 점 건져 맛을 보며 말했다.

 『어제 퇴근하면서 장마당에서 한 판 사왔어요.』

 『이 명태국은 인구가 잘먹는데, 그 놈은 어더렇게 지내는지.』

 손씨가 뜨거운 국 국물을 한술씩 떠먹으면서 인구 이야기를 꺼냈다. 정남숙은 그만 목이 꽉 막히는 것 같아 잠시 숟가락질을 멈추었다.

 『삼촌한테 연락해 소식이라도 알아볼 수 없을까요?』

 정남숙은 꿈 이야기는 못하고 곽병룡 상좌의 눈치만 살폈다.

 『또 그 소리! 조국보위사업에 여념이 없는 아이한테 딴 소리나 하고 있어. 그놈도 이제 그만한 나이면 제 스스로 인생을 살아 나갈 나이야. 마음 약해지는 행동들은 그만 하라우.』

 곽병룡 상좌는 일언지하에 정남숙의 말을 막으며 국그릇에 밥을 말아 말없이 퍼먹었다. 인화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귀염을 떨었다.

 『엄마, 내가 큰오빠한테 편지 보낼께. 밥이나 먹어.』

 『오마니, 저 오늘 바쁜 일이 있어 먼저 좀 일어나야 되갔습네다. 천천히 드시구 오늘은 병원에라도 좀 다녀오시라요. 고풀에는 주사 한 대 맞고 들어와 편히 쉬는 게 최곱네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곽병룡 상좌가 말했다.

 『오냐. 내 걱정 말고 어서 나가 봐라.』

 사회안전부 제복 차림에다 모자를 쓰고 곽병룡 상좌는 아파트 통로로 나왔다. 4층 계단 층계참을 내려오며 아파트 앞마당 쪽으로 시선을 주는데 낙원군 사회안전부 감찰과장(수사과장)이 급히 뛰어오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네까, 부장 동지!』

 『어, 차 올 시간 됐네. 빨리 내려갑세.』

 곽병룡 상좌는 뒤따르는 감찰과장과 함께 아파트 앞마당으로 내려섰다. 차를 타기 위해 아파트 입구 경비초소 쪽으로 걸어가는데 먼저 나와 있던 사회안전부 일꾼들이 일제히 경례를 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