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현

신포동 '칼(국수)골목'의 칼국수 고명은 닭튀김 부스러기다. 신포시장 닭튀김 집에서 얻어다 쓰기 시작한 이 고명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던 학생들의 허한 위장(胃腸)을 기름지게 위장(僞裝) 시켜 주었다.

인심 좋은 주인은 튀김 부스러기를 시리얼처럼 칼국수 국물에 부어 주곤 했다. 할머니네, 돼지네, 공간, 일번지, 마당, 꼴찌네, 골목집, 맷돌집, 모퉁이, 우리네, 신포집…. 1978년 쯤 이 골목에 처음 칼국수집이 문을 연 후 아홉 집의 '칼'레스토랑이 성업 중이었던 적도 있다. 지금은 골목집과 맷돌집에서만 면을 삶고 있다.

지난 12월21일 오후 6시 경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한 작은 '행사'가 진행되었다. 추억이 깃든 칼국수 골목이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무 명 남짓 모였다.

참가자들은 저녁으로 칼국수를 먹은 후 이곳에 건립 예정인 누들플랫폼 조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각자가 지닌 추억을 펼쳤다. 이어 골목 외등을 조명 삼아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그들 손에 들린 향초는 바람에 흔들렸지만 건물 바로 너머 길거리 대형 성탄트리보다 밝았다.

80년대 '칼' 골목 시절이 이곳의 전성기였다. 요즘은 대낮에 들어서도 조금은 을씨년스런 느낌마저 든다. 오컬트 영화를 찍어도 될 정도로 퇴락했다. 이런 이유로 개발의 삽날이 비껴가기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중구청이 누들플랫폼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미 서너 집을 매입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곳은 어찌 보면 신포동 일대에서 유일하게 남은 도심 속 '여백'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보석'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신포동의 약발이 다했을 때 이 지역을 다시 먹여 살리는 맛난 '고명'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서울시는 '2015 서울 미래유산' 44건을 선정했다. 여기에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포함되었다. 1980년대 노가리를 안주로 파는 주점이 모여 형성된 이 낡은 골목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는 명소가 되었다. 노가리도 됐는데 칼국수라고 못할게 없다. 스토리로 보나 모양새로 보나 '칼' 골목이 오히려 낫다. 인천의 노상(路上)에는 보석이 많다. 올 한 해 이 지면을 통해 노상에 있는 인천의 숨은 가치들을 찾아내 노상(늘) 이야기 할 것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