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노동찾기>(오월의봄·268쪽)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혹은 우리 자신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학교급식 조리원, 알바 노동자, 장례지도사, 콜센터 상담원, 대리운전 노동자, 요양보호사, 톨게이트 수납원, 청소 노동자, 보조출연자, 대형마트 노동자들이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들은 어느 곳에서나 늘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의 곁에서 늘 노동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은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 깊이 파묻혀 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준비하며 저자들은 몇 차례 토론을 거쳐 일상에서 시민들이 접하는 우리 사회 열 곳의 노동 현장을 선정했다. 그 현장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건 글로 담고 싶은, 담아야 할 현장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언론과 사회적 관심에서 멀리 있는 작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고, 소외된 지방의 노동 현장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 명의 르포작가(최규화, 정윤영, 신정임)가 수도권과 전주, 세종, 청주 등 지방을 오가며 그들의 목소리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르포 형식에 담았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노동자들. 그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떤 개인사를 간직한 채 지금 그곳에서 땀 흘리고 있을까? 성실하고 착하게 노동을 해왔는데 왜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어야 할까? 왜 비정규직이라고 차별을 받아야 할까? 일터를 지키기 위해 왜 갖은 모욕감과 수치심을 참아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우리가 오히려 다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의 삶, 우리가 놓치고 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사회 최약자들의 불안정노동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한 노동자의 개인사를 통해 노동의 풍경을 묘사하고 재구성했다. 되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절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왜곡 없이 전하려 노력했다. 르포작가의 목소리는 '후기'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다. 기록자로서 그들의 고민과 사유, 인터뷰의 행간을 접할 수 있는 후기는 또 하나의 읽을거리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본문의 영화 '카트'의 대사를 인용한 구절에서 만날 수 있다. 해고를 당한 마트 노동자 염정아가 시민들에게 외친 목소리다. "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닙니다."

이 책이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회복하고 우리 곁의 노동·노동자와 연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작가들은 거리를 누비며 사람을 찾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연대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외롭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이고 우리 사회 불안정노동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가 비상사태에 빠졌다며 자칭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 법이 통과되면 정말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는 걸까? 파견제가 합법화되고, 비정규직이 더 늘어나고, 해고가 쉬워지는데 사회의 약자들인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는 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아 스스로 싸우고 있다. 심지어 봉혜영 씨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 쫓겨나 700일이 넘게 홀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 책의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라는 게 알고 보니까 앞이 안 보여요. 평범한 우리 아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비정규직 테두리 안에서 평생을 살아야 돼요. 집 한 칸도 살 수 없는 최악의 삶을…, 내가 사는 이 비정규직의 삶을 그대로 물려줘야 되는 거예요. 내가 살아본 비정규직 세월이, 이 대우가 만만치 않은데 나중에 애들한테 무슨 희망을 줘야 되나. 지금 싸워야 되지 않을까. 내가 유산이라고 물려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해고가 더 쉬워지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아닐까 회의가 든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