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숙 인천부광초등학교 교사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 얘기
▲ <만년샤쓰> 방정환 글, 김세현 그림


추운 겨울입니다. 이맘때면 떠오르는 우리 그림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만년샤쓰>주인공 창남이와 <엄마 마중>의 아가입니다. <만년샤쓰>의 창남이는 한겨울 체조시간에 낭패스런 일에 맞딱드립니다. 겉옷을 모두 벗으라고 합니다. 물론, 선생님 말씀입니다.

하지만 넉살좋은 창남이는 만년샤쓰도 괜찮냐고 묻습니다. 장난으로 들은 선생님의 불호령에 결국 창남이는 겉옷을 벗습니다. 놀랍게도 맨몸입니다.

불난 탓에 옷가지를 잃은 이웃과, 앞이 안 보이는 어머니를 위해 창남이는 제 속옷을 벗어 드렸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고 친구들은 숙연해집니다. 나라를 잃고 어려웠던 시절, 창남이처럼 기운차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다음 그림책, 『엄마 마중』의 아가는 작고 귀엽습니다. 창남이 보다 한참 어립니다. 꿋꿋함 또한 뒤지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그 아가가 걸어옵니다. 어디서부터 걸어왔을까? 겨울이라 모자를 눌러 쓰고 옷깃을 단단히 여민 아가는 타박타박 걸어 전차정거장에 올라섭니다. 전차가 올 때마다… 우리 엄마 안 오냐고 차장에게 묻습니다.

▲ <엄마 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알 턱없는 전차 차장은 그저 무심합니다. 두 번째 전차 차장까지 그랬습니다. 그런데 세 번 째 차장은 남달랐습니다. 아이 곁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다정하게 말을 건넵니다. 한자리에 있으라고 단단하게 이릅니다. 엄마가 올 때까지… 마땅한 어른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이 장면은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차장의 마음이 아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입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 묻지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 강승숙 인천부광초등학교 교사
정거장 손님이 다 떠나고 어두워지도록 꼼짝없이 아가는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마음 한끝 시려오는 때가 여기입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아가가 엄마를 만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아이들이 늙은이처럼 깊은 탄식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만났을 거라는 믿음은 놓지 않습니다. 엄마를 기다려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 오래된 이야기와 풍경을 낯설어하지 않고 마음을 뺏기게 됩니다.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를 안타까워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뿐일까요?

어른은 어른대로 고향 같은 시공간에 젖어듭니다. 어머니를, 멀리 나가 누군가를 기다려본 시절을 그렇게 그리워하게 됩니다.


/강승숙 인천부광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