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흠·김동제 남동경찰서 경장·순경 인터뷰
화재위험 위급상황 신속대처 … 도구이용 개문후 구조

"나 죽네, 살려줘!"

지난 9일 오후 4시. 인천 남동구의 한 주택 화장실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새어 나왔다. 문 틈으로는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골목 입구까지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집주인 A(76·여)씨가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구마를 삶으려고 가스 불을 올려 놓고 문이 고장 난 화장실에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바깥쪽 문고리가 덜컥 잠긴 것이다. 그렇게 30분을 갇혔다.

이웃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박종흠 경장과 김동제(사진 왼쪽) 순경은 난감했다. 현관문이 굳게 잠겨 도무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19와 경찰서 강력팀에 공조를 요청했으나 시간이 없었다.

"어쩌죠?"

새내기 경찰 김동제 순경의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 순간 선배 박종흠 경장이 순찰차로 달려가 트렁크를 열었다. 그가 꺼낸 건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였다.

두 경찰관은 사력을 다해 현관문 틈새에 노루발못뽑이를 집어 넣었다. 비오듯 땀을 쏟아낸지 10분이 지나자 문이 열였다.

이어 박 경장과 김 순경은 몸을 던져 화장실 문을 부쉈다. 그리고 때마침 도착한 119 구조대에 A씨를 인계했다.

A씨는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박종흠 경장은 "시커먼 연기와 잠긴 문 탓에 애를 먹었지만 할머니 목숨을 살려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침착하고 현명하게 대처한 후배 김 순경이 참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동제 순경은 "경찰 임용 열 달 가운데 가장 보람을 느낀 사건이었다"면서 "소중한 경험을 가슴에 새겨 앞으로도 시민을 위해 온 힘을 쏟는 경찰이 되겠다"고 밝혔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