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암리에서 생긴 일 (13)

 낮에 그만큼 에미나이 맛을 봤으면 좀 수그러들 때도 되었는데 그것은 더 기세등등해지는 것 같았다. 이걸 어카나? 인구는 바지 속에서 빳빳하게 성을 내고 있는 그것을 생각하다 화물차 바퀴 밑에 고여놓은 돌을 빼냈다. 갈 길이 먼데 꼬투리를 달래려고 길바닥에서 용두질을 해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엠병할 것! 무슨 렴치가 있어야지.

 인구는 아랫도리를 불편하게 하는 제 꼬투리를 신경질적으로 팍 짓눌러 왼쪽 가랑이 밑으로 쑤셔넣으며 화물차 문을 열었다. 발판을 밟고 운전석으로 올라앉는데 꼬투리가 왼쪽 가랑이에서 빠져나와 포장을 치기 시작했다.

 옘병한다, 또. 내 참!

 인구는 어이가 없는 듯 제 그것을 향해 욕을 해댔다. 그렇다고 그것이 알아들을 리가 만무했다. 더 뻣뻣하게 대가리를 곤두세우며 거동을 불편하게 했다. 참다 못해 인구는 다시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꼬투리를 왼쪽 가랑이 쪽으로 비스듬히 눕히면서 시동을 걸었다. 오른쪽 다리로 가속기 발판을 두어 번 밟으면서 왼쪽 다리로 클러치 발판을 밟으려고 하는데, 왼쪽 다리에 붙여놓은 꼬투리가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또 발딱 일어나 바지를 뚫을 듯이 성을 냈다. 그것은 마치 낮에 쓰다듬어 주던 성복순 동무한데 데려다 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구는 다시 그것을 왼쪽 다리 옆으로 급하게 쑤셔 넣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평평하던 산길이 끝나자 개미굴 같이 굽은 내리막길이 나왔다. 인구는 두 손으로 힘차게 운전대를 움켜잡은 채 바삐 제동기 발판을 밟아댔다. 그때마다 차바퀴 밑에서 삑삑거리는 굉음이 들려오면서 화물차 전체가 건들건들 흔들렸다.

 인구는 차의 속력을 한 단계 더 낮추며 도로 복판으로 차를 몰아 넣었다. 적재함 가득 입쌀을 실은 화물차는 심하게 차체를 흔들면서 어둠에 묻힌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바짝 긴장한 채로 30여분 정도 내려오니까 또다시 경사가 덜한 평지가 나왔다. 인구는 기어를 바꿔 차의 속력을 한 단계 더 올리며 옆을 쳐다봤다. 사관장은 그때도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헤 벌리고 있는 입가에는 침이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천하태평이었고 걱정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캐 저래 달게 잠을 잘 수 있을까?

 인구는 자신도 모르게 눈앞이 흐릿해지는 순간들을 피하기 위해 고성기 방송에 귀를 모았다. 북남 호상간(互相間)에, 접전을 치르듯 악을 써대던 고성기 방송은 자정이 가까워오자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남반부 청년들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소개되고 휴일날 유원지나 고궁을 산책하며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주고 받는 달콤한 대화들이 들려오다가는 끊어지고, 끊어졌다가는 다시 이어지면서 사랑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노랫가락이 어둠에 잠긴 북녘 하늘을 향해 나긋나긋하게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