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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현의 사진, 시간을 깨우다] (40) 인천 영세 어민의 생명선이었던 조개
[유동현의 사진, 시간을 깨우다] (40) 인천 영세 어민의 생명선이었던 조개
  • 김진국
  • 승인 2015.07.05 23:20
  • 수정 2015.07.05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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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생계 호구지책 '자연 먹거리' 백합 무분별 남획
1963년 첫 양식장 마련 … 황폐화 방지 목적 '종패장' 마련 … 어민 편의 제공
1955년 산란기 앞두고 채포금지·해방 후 패류 잡이 난무에 어장 일부 소진
▲ 1982년 4월8일 수협중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송도에서 '조개까기' 대회가 열렸다. 각 어촌계를 대표한 '선수'들은 등에 참가 번호를 달고 대회에 나섰다. 주어진 조개를 가장 먼저 까는 사람이 우승자이다. 사진=박근원

모내기철이 끝났다. 이즈음 바다 갯벌에서도 '모'가 자라기 시작한다. 6월부터 조개류들은 산란기에 접어들며 온 몸에 독을 품는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개를 멀리 하게 되고 이 틈을 타 여름철 갯벌의 '모'는 무럭무럭 자란다.

대규모 매립이 되기 전 인천은 갯벌로 둘러 싸여 있었다. 때마다 그곳에서 많은 조개들을 걷어 들였다. 냉장 시설과 물류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잡은 조개들을 멀리 보내지 못했다.

인천 근방에서 생물로 소비되는 조개가 많았다. 어떤 음식을 주문하던지 식당마다 맑은 조개 국물이 곁들여 나왔다. 남는 조개로 집집마다 조개젓을 담가 일 년 내내 요긴한 반찬으로 삼았다.

송현동, 만석동, 화수동 등 바다와 접한 동네에서는 공터에 쌓아놓은 조개무지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비가 와서 곤죽이 된 골목길에 조개껍질을 깔아놓기도 했고 아이들은 큰 조개를 골라 시멘트에 갈아 구멍을 내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1963년 6월14일 인천시는 처음으로 대규모 백합 양식장이 마련했다. 지금의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선 척전 및 동막 앞 갯벌에서 시장 대리를 비롯한 공무원과 530명의 조합 어촌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백합 양식장 종패 살포식이 있었다.

조합원들은 갯벌에서 캐낸 조개를 위판장에 팔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6만6000㎡ (2만평) 갯벌 위에 골고루 뿌렸다.

값이 비싼 백합의 남획으로 씨가 말라가는 것을 막는 한편 뭍으로부터 700여 m 떨어진 곳에 종패장을 마련해 어민들의 편의를 제공했다.

인천시는 이후 패류 양식장 확대에 주력해 1970년부터 1979년 까지 10년 동안 백합 256정보(1정보는 약 9900㎡), 가무락 123정보를 마련했다.

'인천시사(70년대 편)'에 따르면 1979년 인천의 수산업 종사자는 2만2000 여명(남 1만명, 여 1만2천명)이었다.

여자를 금기시 했던 어업 분야에 여자가 남자 보다 많았던 것은 패류 양식장이 본격적으로 개발돼 조개를 캐는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인천수협 산하에는 연안(만석)·고잔·동막·소래·송도·척전 등 6개 어촌계가 조직되었다. 그중 연안과 소래는 어선을 운영하는 어촌계이고 나머지는 조개를 채취하는 어촌계이다.

어촌계 회원이 되려면 어촌계 관내 지역에 거주하며 6개월 이상 어업에 종사한 사람이 1구좌(구좌당 1000원) 이상 출자를 하면 되었다.

1979년 말 현재 송도 336명, 척전 508명, 동막 318명, 고잔 151명 등의 어촌계원들이 있었다. 그들이 채취하는 패류는 백합, 가무락, 키조개, 동죽, 바지락, 굴 등이었다. 조개잡이는 전쟁 통에도 인천시민의 생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6·25 전쟁으로 농토는 피폐했지만 바다는 온전했다. 너도나도 호구지책으로 갯벌로 나서면서 패류는 점점 씨가 말랐다.

1955년 6월14일 김정렬 인천시장은 백합(생합)의 산란기를 앞두고 이의 채포(採捕)를 금지하는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광범한 송도 일대에는 조개류 번식에 가장 입지적 호조건을 구비한 천혜의 어장으로서 1천여 호 영세 어민의 생명선이기도 한데 8.15 해방 이후 어업 도의를 망각한 일부 사람은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남획한 결과 어장 대부분 소진되었다.

특히 인천 토산품으로 널리 선전된 '백합'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영세 어민의 앞날의 생계를 위해서는 물론 수산자원의 증식 확보상 심히 유감스러운 바이다.

인천시는 단기 4286년(1953년)부터 획기적인 패류 증산을 목표로 일정한 해면을 획정하여 양식구를 설치하고 일정 기간 채포를 금지하였다가 춘궁기에 이를 개방하여 어촌 경제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양하고 있다.

여타 해면에 있어서도 크기 미달의 조개는 채포를 엄중 단속 중에 있으나 특히 패류 중 백합은 7월1일부터 8월20일 까지 50일 간은 산란양식 기간이다.

해당 어민이나 일반시민은 이 취지를 혜량하시고 각종 취체 규칙을 준수할 것은 물론 자아 반성하여 천혜의 자원을 자손만대에 계승 향유하려는 넓은 시야에서 이 기간 중에는 백합잡이를 일절 중지하여 주시기를 요망하나이다."


/유동현 인천시 '굿모닝인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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