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수필가인천시궁도협회장
김사연 수필가인천시궁도협회장

고인이 된 개그맨 김형곤 씨가 열연한 작품 중엔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이란 코미디가 있다. 손이 귀한 삼대독자 부잣집 김씨 집안에 아들이 태어났다. 아버지는 귀한 아들이 단명하지 않고 장수하며 손을 퍼뜨려야 한다며 유명한 작명가를 찾아갔다.

작명가는 장수하는 생명을 이름에 넣으면 된다며 '김 수한무·거북이와 두루미·삼천갑자 동방삭·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워리워리·세브리캉·무두셀라·구름이·허리케인에 담벼락·서생원에 고양이·바둑이는 돌돌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아버지는 자식의 이름을 자주 불러야 장수한다며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이름의 끝까지 부르라고 하인과 이웃들에게 일렀다.

어느 날, 주인집 아들이 연못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본 하인은 급히 주인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헌데 아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헤엄 잘 치는 사람을 연못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용건만 말하려던 하인은 반드시 이름을 끝까지 불러야 한다는 잔소리가 떠올랐다. 단 몇 초가 시급한 와중에 하인은 긴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느라 도중에 틀리면 또 다시 부르기를 거듭하는 동안 삼대독자 아들은 깊은 연못에 가라앉고 말았다.

해외여행 후 국내 항공기를 이용해 귀국할 때마다 "잠시 후 서울인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라는 귀에 거슬리는 기내 방송이 여행의 즐거움을 가시게 한다. 처음엔 세종국제공항, 영종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으로 정할 듯 하더니 어느 순간 서울이란 글자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서울시의 부속기관이 아니고 영종도가 서울 영토가 아닌 것이 분명한데 위 코미디처럼 좋은 이름 짓느라 굳이 서울을 앞에 넣은 것일까.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 중의 세 번째로 큰 광역시 인천의 자존심이 서울특별시에 무참히 짓밟힌 듯한 굴욕감을 감출 수 없다.

정부가 발간한 항공정보간행물(AIP)에도 서울인천국제공항으로 올라 있어 외국인들은 서울도 인천도 아닌 '서울인천'이란 도시가 새로 생긴 것으로 착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AIP란 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내놓은 기준에 따라 항공항행에 필요한 필수정보를 담은 책자로 항행시설, 업무 및 절차, 시설 정보, 비행정보구역, 항공로 현황, 비행제한 구역을 비롯해 공항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인천시는 2011년부터 공항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혼란을 야기하고 외국에서도 수도의 명칭을 앞에 사용한 예가 있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런던 스탠스태드 공항'의 스탠스태드는 인구 6600여 명인 작은 마을이고 '런던 루튼 공항'의 루튼은 인구 20여 만 명의 위성도시 수준으로 인구 300만인 인천을 그에 견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식이라면 인천상륙작전을 서울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아시안게임은 서울인천아시안게임으로 명하고 국비 지원금도 넉넉히 주었어야 했다.

인천은 노르망디와 함께 역사적인 상륙작전으로 서울 이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지역이다. 영종도에 자리 잡고 있는 세계에서 손꼽는 국제공항 명칭에 서울을 빼고 인천만을 넣어달라는 요구는 대구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무안공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해 달라는 정치적인 요구와 차원이 다른 인천시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김사연 수필가인천시궁도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