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불소(F)는 지구상에서 13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이다. 우리 몸에도 뼈나 이 속에 약 3그램 정도의 불소가 들어 있다. 자연계 불소(Fluorine)는 형석이라는 광물로부터 기인한다. 형석(Fluorite)의 원소기호는 CaF2이다.

이론적으로 51.3%의 칼슘과 48.7%의 불소를 포함하고 있다. 형석은 그 분포범위가 넓고 보통 석영, 방해석, 황동석 및 인광석 등 다른 광물들과 함께 암석을 이룬다.

불소이온이 동식물이나 사람의 체내에 들어오면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결합한다. 불소이온은 반응성이 강해 단단하게 결합하는데 그렇게 되면 칼슘이나 마그네슘은 더 이상 생화학적인 특성을 나타내지 못한다. 칼슘은 뼈의 주성분이고 신경계를 비롯해서 세포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온이다.

세포결합에도 관여하고 신경세포의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칼슘이온은 다양한 생체신호를 전달하는 연결고리와 같다. 그런 칼슘이온이 불소이온과 결합해서 농도가 낮아지면 생리작용에 문제가 생기고 심각한 경우 세포가 죽게 된다. 이게 불소의 생체독성 메카니즘이다. 다량의 불소에 노출되거나 미량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위험하다. 해서 법으로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 관리한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3단계 확장공사현장 토양에서 불소오염이 확인되었고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토양정밀조사 명령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논란이다. 200만㎡ 공사현장에 대한 토양샘플 조사결과 불소가 502.3mg/kg(토양오염기준치 400) 검출되었다.

오염범위가 광범위하여 정화비용이 2~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공항공사는 불소오염이 인위적인 오염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이라며 환경부에 위해성평가까지 신청했다는 소식이다.

토양환경보전법에 위해성평가와 관련하여 '환경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정화책임자는 오염물질의 종류 및 오염도, 장래의 토지이용계획,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를 평가한 후 그 결과를 토양정화의 범위, 시기 및 수준 등에 반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환경부는 위해성평가로 토양환경보전법이 무력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염원인자를 알 수 없거나 원인자가 정화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위해성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불소오염은 오염원인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니다.

관련법에 따라 정밀조사하고 오염정화하면 될 일이다. 행정심판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위해성평가까지 의뢰한 것은 공항공사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정화비용을 줄이기 위한 꼼수만 부린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갯벌을 매립하여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삼목도는 사라졌고 용유도의 오성산은 수십미터 낮아졌다. 인천공항의 불소오염이 과거 인천공항조성 당시 오성산 등 주변지역 암반의 절토과정에서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산을 파헤치고 암석을 쪼개 산과 암석에 포함되어 있던 물질이 드러나 발생한 오염은 과연 인위적인 오염이 아닌가? 그런 오염은 정화하지 않아도 되나? 당연히 아니다. 법으로 기준치를 정하고 오염정화를 하게 한 이유는 해당물질이 다양한 형태로 피해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오염원인과 정화책임은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에 있다. 만약 불소오염이 공항조성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제3단계 공사현장 뿐 아니라 인천공항 전체와 주변지역에 대한 토양조사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수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우리나라 대표공항에 걸맞게 인천국제공항은 국제화물운송 세계3위, 국제여객운송 세계9위를 자랑한다. 만약 인천공항의 오염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불소로 오염된 땅이 손님들을 맞이하는 꼴이 된다.

공항공사는 세월호와 메르스로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더 이상 실추시키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인천공항조성을 위해 절토된 오성산을 지금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는 1차적인 자연환경파괴만이 아닌 2차, 3차 환경피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얼마나 비용이 들더라도 불소오염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아울러 대규모 토목사업의 경종으로 삼아야 한다.

200여 년 전 많은 화학자들이 불소 실험으로 몸이 상했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었다. 처음 불소의 존재를 확인한 화학자가 제안한 불소이름은 형석(Fluorite)에서 따온 Fluorine이 아닌 Phthorine이었다. Phthorine의 어원인 그리스어 '프쏘로스(phthoros)'는 '파괴하다'라는 뜻이란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